[보험] "3세 아들 두고 재혼해 55년 만에 나타난 친모라도 아들 사망보험금 줘야"
[보험] "3세 아들 두고 재혼해 55년 만에 나타난 친모라도 아들 사망보험금 줘야"
  • 기사출고 2023.01.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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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권리남용 주장 배척

3세 아들을 두고 재혼해 약 55년 만에 나타난 친모에게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선원으로 일하던 A씨가 탄 배가 2021년 1월 23일 바다에서 침몰, A씨는 실종되어 사망한 것으로 간주됐다. 이후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A씨 앞으로 유족급여와 행방불명급여, 장례비 등 2억 3,700여만원의 지급이 결정된 가운데 약 55년 전 세 살이던 A를 두고 재혼한 80대 친모 B씨가 나타나 이를 수령하겠다고 나섰다. 

A씨의 누나는 유족보상금 등의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B의 가족관계증명서에 A가 자녀로 등재되어 있지 않아 B가 A의 친모로 볼 수 없고, A의 실종 당시 A가 부양하고 있던 배우자와 자녀는 없었다'는 이유로 인용결정을 받았다. 이에 수협중앙회가 '위와 같은 가처분 등으로 유족급여, 행방불명급여와 장례비의 수급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며 2억 3,700여만원을 공탁하자, B씨가 A의 누나와, A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C씨를 상대로 공탁금 출급청구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확인하라며 소송(2022가단313523)을 냈다.

부산지법 김정우 판사는 12월 13일 "공탁금 출급청구권이 B씨에게 있음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먼저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과 같은 법 시행령, 선원법 시행령 관련법규 및 인정사실에 의하면, A의 행방불명 및 사망 간주에 따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유족급여, 행방불명급여 및 장례비를 지급받을 유족의 1순위는 'A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 · 자녀 · 부모 ·  손 및 조부모', 2순위는 'A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배우자 · 자녀 · 부모 ·  손 및 조부모', 3순위는 'A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형제자매', 4순위는 'A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형제자매'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는 A의 사망 당시 A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하나, A와 C가 동일 주소에 주민등록을 한 적이 없는 사실이 인정되고,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C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C가 A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결국 유족급여, 행방불명급여 및 장례비의 수급권자는 2순위인 'A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부모'인 원고에게 귀속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공탁금 출급청구권은 원고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B가 약 55년 전 A가 3살일 때 재혼한 이후 A의 친권자로서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A의 할머니와 고모가 A를 양육했으며, B는 A와 약 55년간 왕래도 없이 지내다가 A가 실종된 후 A의 어머니라는 이유로 공탁된 보험급여를 지급받기 위해 피고들을 상대로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의 소를 제기했으므로, 이는 A의 생전의사에 반하고,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B의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김 판사는 그러나 "권리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주관적으로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어떠한 권리행사를 권리남용이라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데, 피고들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원고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