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2월 22일 국가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된 경우 당연퇴직되도록 한 국가공무원법 69조 1항 중 33조 1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2020헌가8)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1990년부터 검찰공무원으로 근무한 A씨는 2015년 11월 5일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종전 업무에 복귀하거나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게 되자, 병가를 내어 입원하고 2016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2년간 질병휴직을 했다. A씨의 배우자는 2016년 9월 휴직 기간 중 A씨를 대신해 그의 이름으로 금융거래업무 등을 하기 위해 법원에 A씨에 대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이 2016년 12월 A씨에 대한 성년후견을 개시하고, A씨의 배우자를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한다는 심판을 내려 확정됐다.
A씨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기 전 여러 차례 명예퇴직을 거론했던 터라 A씨의 배우자는 A씨의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나, 검찰총장은 명예퇴직 적격 여부 검토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성년후견개시 사실을 알게 되자 명예퇴직 부적격 판정을 통지하고, A씨에 대한 성년후견이 개시된 날로부터 국가공무원법 69조에 따라 당연퇴직했음을 통지했다. 이에 따라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당연퇴직일의 다음날부터 지역가입자로서의 건강보험료 미납액 340여만원의 납부를 청구받았고, 당연퇴직일 이후 지급된 공무원 · 교직원 단체보험 보험금 970여만원의 반환을 요구받았으며, 당연퇴직일 이후 지급된 15개월분의 급여 환수도 청구받았다. A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위 각 채무를 모두 변제했다.
A씨는 국가를 상대로 공무원 지위 확인소송을 냈다. 그러나 소 제기 후 사망, A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위와 같이 변제한 각 금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소송 계속 중 국가공무원법 69조 1호 중 33조 1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 재판부는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에 대하여 임용권자가 최대 2년(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은 최대 3년)의 범위 내에서 휴직을 명하도록 하고(제71조 제1항 제1호, 제72조 제1호), 휴직 기간이 끝났음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못하거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때에 비로소 직권면직 절차를 통하여 직을 박탈하도록 하고 있다(제70조 제1항 제4호)"고 지적하고, "위 조항들을 성년후견이 개시된 국가공무원에게 적용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에 의할 경우 국가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당연퇴직되는 대신 휴직을 통한 회복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고, 이러한 절차적 보장에 별도의 조직이나 시간 등 공적 자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69조 1항 중 33조 1호와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공무담임권의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당연퇴직은 공무원의 법적 지위가 가장 예민하게 침해받는 경우이므로 공익과 사익 간의 비례성 형량에 있어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고,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우리 헌법상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무담임권 보장과 조화를 이루는 정도에 한하여 중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성년후견이 개시되지는 않았으나 동일한 정도의 정신적 장애가 발생한 국가공무원의 경우와 비교할 때 사익의 제한 정도가 과도하고, 성년후견이 개시되었어도 정신적 제약을 회복하면 후견이 종료될 수 있고, 이 경우 법원에서 성년후견 종료심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도 사익의 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되는 사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공익을 우선한 입법으로서,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며 "결국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