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인적사항을 잘못 기재해 동명이인인 다른 사람에게 벌금형 약식명령을 청구한 검사의 실수가 24년 만에 대법원에서 바로 고쳐졌다.
A(42)씨는 2008년 10월 13일 오후 9시 33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056%의 술에 취한 상태로 마티즈 차량을 운전하다가 단속되었다. 검사는 위 음주운전 혐의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면서 A씨와 동명이인인 B(61)씨의 주민등록번호와 등록기준지를 기재했고, 법원은 2008년 11월 벌금 70만원을 선고하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위 약식명령에도 B씨의 인적사항이 그대로 기재되어 있었으며, 약식명령은 2009년 1월 그대로 확정됐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냈다. 비상상고는 형사 판결이 확정된 후 법령 위반이 발견된 때에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신청하는 비상구제절차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1월 17일 원판결을 깨고, B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2020오4).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97도2215 등)을 인용, "형사소송법 제248조에 의하여 공소는 검사가 피고인으로 지정한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공소제기의 효력은 검사가 피고인으로 지정한 자에 대하여만 미치는 것이고, 검사가 공소장에 피고인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을 잘못 기재한 채 약식명령을 청구하여 당사자의 표시상 착오가 있는 경우 그 공소장에 기재된 사람에게는 공소제기의 효력이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이 경우 법원으로서는 형식상 또는 외관상 피고인의 지위를 갖게 된 자에게 적법한 공소의 제기가 없었음을 밝혀주는 의미에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를 유추적용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함으로써 피모용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명확히 해소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327조는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2호에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때'를 들고 있다.
이어 "피고인(B)에 대하여는 이 사건 공소제기의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를 유추적용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함이 상당하다"며 "그런데도 이러한 조치 없이 약식명령이 그대로 발령 · 확정되었다면 이는 형사소송법 제441조에 정한 심판이 법령에 위반된 것이고, 원판결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를 지적하는 비상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