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을 매도하는 계약만 체결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건설임대아파트의 임차권을 양수받았다면 임차권 양수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공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양수받을 수 있는 '무주택 세대구성원'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대구 중구에 있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A씨는 2016년 5월 B씨에게 아파트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한 달 뒤인 6월 17일 세종시에 있는 공공건설임대아파트의 임차권을 기존 임차인으로부터 양수했다. A씨는 다시 한 달 뒤인 7월 B씨에게 대구 중구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고, 이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이 분양전환 요건을 충족해 분양전환대상자에 해당한다며 이 임대아파트의 임대사업자인 C사를 상대로 조기분양전환대금 중 미지급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임대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며 소송을 냈다. C사는 이에 대해 "A씨가 임차권 양수 당시 대구 중구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보유해 무주택 세대구성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A씨의 임차권 양수가 무효이고, 따라서 A씨는 분양전환대상자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다투었다.
사건의 쟁점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양수받을 수 있는 '무주택 세대구성원' 요건의 판단기준. 즉, 임차권 양수 당시 기존 주택을 매도하는 계약만 체결해도 무주택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것인지,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야 무주택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것인지였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가 기존 주택을 매도한 후 다른 사람으로부터 공공건설임대아파트의 임차권을 적법하게 양도받아 실질적으로 무주택 세대구성원 요건을 충족하였고 그 후 실제 거주하면서 우선 분양전환 대상자의 자격을 취득하였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C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0월 27일 "원고는 이 사건 임대아파트의 임차권을 양도받을 수 있는 무주택 세대구성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임차권 양도 계약은 무효"라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다266535). 법무법인 광장이 C사를 대리했다.
대법원은 "구 임대주택법(2015. 8. 28. 법률 제13499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등 관련 법령이 원칙적으로 임대주택 임차인의 임차권 양도를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임차권의 양도를 허용하면서 그 요건으로 양수인이 '무주택 세대구성원'일 것을 정하고, 이에 동의하는 임대사업자로 하여금 미리 양수인의 주택소유 여부를 확인하도록 정한 취지는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이 투기 또는 투자 목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여 실제 주거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무주택 서민의 주거권을 확보하려는 데에 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구 임대주택법 제19조 단서 및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에서 예외적으로 임차권의 양도를 허용하는 '무주택세대 구성원'이란 임차권 양도 당시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세대의 구성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의 '소유' 여부는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무주택자의 의미에 따라 보편타당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구 임대주택법의 입법 목적이나 같은 법과 그에 따른 시행령, 시행규칙,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임차인 자격 및 선정방법에 관한 규정, 물권취득에 관하여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의 법제, 임대사업자가 임차권 양도시 새로운 임차인의 주택 소유 여부를 미리 확인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인무효이거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등기부 등에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무주택 세대구성원이 아닌 자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양도받는 것은 임대주택 건설을 촉진하고 국민의 주거생활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구 임대주택법의 입법 목적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 정한 임차권의 양도 요건을 위반한 자에게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임차 내지 분양전환에 의한 경제적 이익 등이 위반행위자에게 부당하게 귀속되는 것을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에 따라 임차권의 양도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들은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를 위반한 임차권의 양도는 당사자들의 합의나 임대사업자의 동의 여부 등과 무관하게 사법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나아가 임차권을 적법하게 양도받지 못한 자가 임차권 양수인으로서 공공건설임대주택에서 실제 거주하였더라도 우선 분양전환 대상자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임대아파트의 기존 임차인으로부터 임차권을 양도받은 2016. 6. 17. 당시 기존 주택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지 않아 건물등기부상 기존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음이 명백하므로, 그 등기가 원인무효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아파트의 임차권을 양도받을 수 있는 무주택 세대구성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와 같이 원고가 임차권 양수 당시 무주택 세대구성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원고와 기존 임차인 사이에 이루어진 임차권 양도 계약은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되어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고, 임대사업자인 피고 등이 임차권 양도에 동의하였다거나 원고가 임대아파트에서 실제 거주하면서 사후적으로 무주택 세대구성원이 되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피고가 이 사건 임대아파트를 포함한 임대주택을 매수해 임대사업자의 지위를 승계한 종전 임대사업자가 임차권 양도 계약에 대하여 동의하였다거나 피고가 임차인의 양도자 자격기준을 논의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을 들어 임대아파트의 임차권 양도가 적법하고 이를 전제로 원고에게 우선 분양전환 대상자의 자격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