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에게 집요하게 전화를 했더라도 상대방이 받지 않았다면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A(54)씨는, 과거 연인 관계였던 B(42 · 여)씨가 자신과의 만남을 거부하면서 연락을 계속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고, 경찰관으로부터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지 말 것을 경고받았음에도, 2022년 3월 26일 오후 1시 52분쯤 10회에 걸쳐 B씨에게 전화를 했으나 B씨가 받지 않았다. A씨는 또 B씨의 직장에 찾아가 접근하고, B씨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전송하는 등 6월 3일까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한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인천지법 정희영 판사는 10월 27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2고단5049).
정 판사는 전화를 건 행위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휴대전화로 발신 등'을 한 행위의 경우,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때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전화기의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라고 볼 수 없는 점(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7615 판결)에 비추어 피해자와 통화를 하지 않은 위와 같은 피고인의 전화 등 발신 행위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말, 부호 또는 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부재 중 전화'가 표시되었더라도 이는 휴대전화 자체의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글이나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2조 1호는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다목에서 '우편 · 전화 · 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 · 말 · 부호 · 음향 · 그림 · 영상 · 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정 판사는 A씨가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일과 직장에 찾아간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했다. 기소 이후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스토킹범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