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선고된 추징금 액수에 따라 변호사보수의 잔금 일부나 전부를 반환하겠다고 맺은 특약은 성공보수약정에 해당되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7년 10월 변호사인 B, C씨와, 자신에 대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사건에 관하여 소송위임계약을 맺고 같은날 착수금 1,100만원과 잔금 5,500만원 등 변호사보수 6,600만원(부가세 포함)을 모두 지급했다. 위임계약에선 특약사항으로 '판결 선고시 추징금액이 원금(10억원)의 50%일시 2,000만원, 원금 전액일시 5,00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한다'고 정했다.
그러나 A씨는 2019년 7월 B씨에게 위임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지급했던 변호사 보수의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A씨는 2021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다. A씨는 B, C씨를 상대로 지급한 보수 중 6,270만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2021가단5158030)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김한성 판사는 7월 19일 "위임계약의 특약은 그 실질이 성공보수약정에 해당해 무효"라며 "피고들은 연대하여 A씨에게 5,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위임계약의 특약은 형사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추징금이 5억원(10억원의 50%)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2,000만원을 반환하고, 추징금이 10억원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5,000만원 전액을 반환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형사사건에서 선고되는 추징금의 액수에 따라 잔금 5,000만원 지급의무의 범위가 결정되는 것이므로, 이는 성공보수약정과 다름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특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고, 이는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가 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특약에 따라 잔금 명목으로 선 지급받은 5,500만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위 5,500만원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민법 746조 본문에 따라 원고는 이에 해당하는 금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특약에 따라 성공보수금을 지급받은 것은 변호사인 피고들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의뢰인인 원고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그 불법의 원인이 수익자인 피고들에게만 있거나 또는 적어도 피고들의 불법성이 원고의 불법성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결국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이미 지급한 성공보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채무는 성질상 불가분채무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또 가정적 판단이라며, "설령 잔금 명목의 5,500만원이 성공보수가 아니라거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피고들에 대하여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형사사건은 2021. 2. 9.경 약식명령으로 종결되었다고 할 것이고, 사건 종결 전인 2019. 7. 16. 원고가 피고들을 해임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위임계약 제5조에 따라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잔금 5,50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다만, 착수금 1,100만원 중 770만원 반환청구 부분에 대해선, "피고들은 원고가 위임계약의 해지를 통고할 때까지 검토보고서의 작성, 담당 검사 면담, 검찰 조사에 참석 등 형사사건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검찰 조사를 받은 후 2년 이상이 경과하고서야 비로소 약식명령이 발령되었는데 사건의 지연처리와 관련하여 피고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는 어려운 점, 그 밖에 피고들에게 위임업무 수행상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위임계약에서 정한 착수금의 액수가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성민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