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더라도 의사능력을 상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유언철회공증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09년 5월 11일 자신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소유한 부동산 10건 중 8건을 차남에게, 나머지 2건을 삼남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으로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으나, 4년 후인 2013년 5월 1일 A씨는 유언철회공증을 했다. 이후 A씨가 사망, A씨 재산은 상속을 원인으로 지분이 나뉘어 부인과 세 아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A씨가 2009년에 한 유언의 유언집행자는 "유언철회공증은 치매로 의사능력이 없던 상태에서 작성되어 무효"라며 2009년 유언공증에 근거해 A씨의 부인과 장남, 삼남을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이유로 차남에게 지분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하라는 소송(2019가합205484)을 냈다.
대구지법 민사14부(재판장 서범준 부장판사)는 7월 21일 "유언철회공증은 유효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에 대하여 2014. 5. 13. 성년후견 심판 청구가 인용되었고, 성년후견 심판 청구사건에 제출된 2013. 11. 14.자 감정평가서에 A는 '전반적인 인지 기능상의 장해가 뚜렷하게 관찰되며, 지속적인 주의 집중에도 어려움이 관찰되었다. 이로 인해 의사소통, 거동 및 전반적인 자조 기술 등에서 모두 심한 장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능력 및 빠른 현실 판단능력 또한 매우 저조한 상태이다', '합리적인 판단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심신상실 상태로 평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유언철회공증 작성 당시 A가 그 유언의 내용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음이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언에 요구되는 의사능력은 유언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식별능력으로서 그 성격 등에 비추어 재산적 행위에 요구되는 정도의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유언에 필요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여부는 의학적인 판단이 아니라 개별 유언행위와 관련한 법적 · 규범적 판단이므로, 설령 당시 A의 상태를 의학적으로 치매 또는 심신상실 등과 같이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유언철회공증 작성 당시 A에게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유언철회공증에 기재되어 있는 A의 서명 부분이 A의 자필임과 A가 공증 사무실에 방문하여 이를 작성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며 "설령 유언철회 공증 작성 당시 A의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유언철회공증은 A의 부동산 10건(대지와 건물을 하나의 집합체로 보면 5건)을 차남, 삼남에게 유증하려 했던 것을 철회하는 내용으로, 공정증서 작성의 법적 효과가 A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거나 난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언철회공증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흠결하였다는 원고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언철회공증은 그 기재로 보아 2인의 증인이 참관하였고, 공증인이 유언의 내용을 낭독하고 위 증인들과 유언자 본인인 A가 이 증서의 기재가 정확함을 승인한 후 함께 서명, 날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증인들에게 증인으로서의 결격사유가 있다거나, 유언철회공증 작성 당시 A가 공증인의 진술에 유도되었다는 등 유언철회공증의 효력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유언철회공증은 민법 제1068조의 요건을 갖추어 작성된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