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에서 상시근로자 13명을 사용하여 자동차 판매대리점을 운영하는 A(57)씨는, B씨를 포함한 이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car master)들에게 "향후 어떠한 환경변화가 있더라도 판매연대(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판매연대)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된 확약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대리점에서 장기간 근무해오고 판매실적도 월등했던 한 카마스터에 대해 2회에 걸쳐 계약 해지 통보를 하고, 그 계약 해지 통보 철회를 조건으로 상조회 가입 카마스터들에게 상조회 활동 축소 또는 노동조합 가입 금지 약속을 받았으며, B와도 노동조합 조직 등을 이유로 기존 관행과 맞지 않게 재계약 체결을 거부하였다. 카마스터란 자동차 판매대리점주와 자동차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 판매, 수금, 채권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차 판매원을 말한다.
A씨는, 또 B가 같은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 7명과 함께 전국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 부산양산지회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했거나 노조를 조직하려고 한 것 등을 이유로 2019년 1월 14일 B와 판매용역 재계약을 거부하고, 노조로부터 단체교섭 요구를 받고도 단체교섭 요구 사실 공고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대구지법 류영재 판사는 7월 8일 혐의를 모두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21고단2843). 또 보호관찰 1년과 부당노동행위 예방교육 수강 20시간, 사회봉사 320시간을 명했다.
류 판사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고, "이 사건 각 범행은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근로자의 건전한 노동조합 활동을 부당하게 억제함으로써 근로조건의 유지 · 개선 및 노동관계의 공정한 조정을 저해하는 범행인 점에 비추어 범죄의 위법성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류 판사는 특히 "피고인은 특수고용근로자인 카마스터들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약점 삼아 카마스터 근로자들의 상조회 활동 또는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문제삼았다"며 "이러한 피고인의 부당노동행위는 단순히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만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그 방해를 위해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이를 약점 삼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위한 협상의 여지 자체를 닫아버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노동조합 등에 가입하여 피고인과 사이에 근로조건 개선을 협상하다가는 높은 판매실적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해지당해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재판에서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 당시 카마스터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근로자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류 판사는 그러나 "2015년 민주노총 산하 카마스터 노동조합이 결성된 이래 전국 각지의 자동차판매대리점에서 카마스터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다가 판매점주로부터 지배 개입 및 불이익의 부당노동행위를 당했다고 행정심판을 수십 건 제기하였고, 2018년 6월경 행정법원에서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며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행정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인 2018년 11경에는 피고인도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을 인지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설령 피고인이 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카마스터들의 노동조합 가입 및 운영 등을 이유로 그들의 생계가 걸려있는 계약 해지 통보 또는 재계약 체결 거부 의사를 밝히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