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1월 27일부터 시행되어 시행 약 5개월이 지났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일일상황에 따르면, 6월 13일 기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조사 중인 중대산업재해 현황은 사망 81건(90명), 질병 2건(29명)으로 확인되고, 업종별로는 건설업 35건(사망 36명), 제조업 36건(사망 41명, 질병 29명), 기타업종 12건(1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 중 38건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입건되어 수사 중에 있다.
2022. 1. 29. 경기도 양주에서 발생한 채석장 붕괴 사망사고(사망 3명), 2022. 3. 2. 경남 김해에서 발생한 트리클로로메탄 급성중독 질병사(질병 13명), 2022. 2. 23. 제주에서 발생한 제주대학교 생활관 철거공사 중 무너짐 사망사고(사망 1명)가 언론에도 보도된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사법정책연구원, 학술대회 개최
그러나 법상 '경영책임자등'과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개념이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한다거나, 법정형이 과도하여 책임원칙에 위배된다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하여 경영계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여전한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사법정책연구원이 대한변협, 한국노동법학회와 함께 7월 8일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대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민형사 재판 실무상 쟁점을 심층 분석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해 안팎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홍기태 사법정책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일부 불명확한 법률규정과 선례의 부족으로, 수사와 재판실무에서 그 해석과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재판실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을 담당하는 법관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법률의 전반적인 내용과 중요한 쟁점들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정리하여 소개하는 것이 오늘 학술대회의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오늘의 논의를 통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아울러 더욱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실무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학술대회는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인 정현희 판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의 형사재판 실무상 쟁점"에 대해 발표하고, 이창현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과 민사재판 실무상 쟁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와 함께 주제발표마다 법원, 검찰, 변호사 단체, 학계와 행정부처에 이르기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축사에서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최종적 권한은 당연히 개별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 개개인에게 있는 것이나, 법관이 직무를 적절히 수행하기 위하여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 또한, 사법부를 대표하는 정책연구기관으로서 사법정책연구원의 역할이라 할 것"이라며 "이번 학술대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에 관한 재판실무가 한층 개선되고, 나아가 의미 있는 판례가 축적되어 관련 법리의 발전에 더욱 이바지하기를 기원한다"고 환영했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예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하여 도입된 법이지만, 제정 당시부터 많은 비판과 논란이 있었다"며 "제정법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른 법령과의 체계적 정합성 문제, 형사처벌 및 민사책임의 적정성, 법 규정의 모호성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특히 산업계에서는 법령상 이행해야 할 의무의 내용,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 등이 받게 될 형사처벌 또는 손해배상책임 등 법 규정의 해석과 적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이번 학술대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노상헌 한국노동법학회장도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과 적용에서 제기되는 쟁점은 입법 취지와 목적 · 배경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시민사회의 안전에 부응하는 합리적 해석론으로 타당하게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며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 학술대회 발표주제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형사재판 실무상 쟁점'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과 민사재판 실무상 쟁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안착되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재판 실무상 쟁점" 부분의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정현희 판사는 법 제정이유부터 부칙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의 각 조문상 재판실무에서 문제될 쟁점을 요약 · 검토하여 소개해 참석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거의 단행본 한 권 분량의 발표내용엔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실무 가이드로 참고하면 좋을 정도로 관련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보칙까지 조문이 16개에 불과하다.
타법과의 체계적 연계성 구축 필요
정 판사는 특히 입법론적 문제로 산업안전보건법 등 타법과의 관계에서 체계적 연계성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예컨대 중대재해처벌법 상 '종사자'에 관계수급인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제외되어 있는 점,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현장실습생에 대한 특례 규정이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에는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라고 규정하여 현장실습생이 제외될 여지가 있는 점, 특정근로노동자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일정한 요건을 필요로 하나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그러한 제한이 없는 점 등 보호대상자에 대하여 두 법에 차이가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의 개념과 유사한 내용은 최대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법의 적용 · 해석과 관련해선,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으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의무가 부과되었음에도 이에 대하여 전혀 대비를 하지 아니하고 산업현장, 공공시설물 등의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양형을 할 때에 입법취지를 살려 중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하면서도, "다만, 실제 산업현장에서 안전보건 확보에 만전을 기한다 하더라도 산업재해를 아예 없도록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사업의 규모, 특성 및 환경 등을 고려하여 경영책임자등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여왔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아 유 · 무죄 판단 및 양형을 함으로써 균형있는 재판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성신여대 법학과의 권오성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등으로 정의한 것과 관련, "회사의 대주주 등이 사주(社主) 등의 명목으로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경우 이러한 자들은 법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거나 사업을 총괄한 '권한과 책임'이 없다는 점에서 경영책임자등으로 볼 수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 전단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은 법인의 설립근거 법령과 정관 등에 근거하여 법인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동시에 대내적으로 사업을 총괄하는 '법률상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창원지법 김희수 부장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등에게 부과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법상 제재(형벌이나 과태료 등)를 마련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해 종사자의 사상이라는 중한 결과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거운 형벌을 가하는 체계"라며 "개인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규정 구조에 체계적인 정합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나치게 구체적인 법익침해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처벌 체계로 보이고, 경영책임자등의 지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익침해 위험 초래 행위의 불법을 지나치게 가볍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고의에 의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행위를 처벌하면서도(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제1호), 이에 더하여 그러한 기본범죄에 내포된 위험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이를 가중처벌하는(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체계를 마련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대비하여 보면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를 다르게 생각해 보면, 구체적인 법익침해의 위험이 적어 처벌의 필요성조차 크지 않아 제재조차 하지 않는 경영책임자등의 위반행위에 대해 사후적으로 중대재해라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 무리하게 인과관계를 끌어들여 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낳게 하는 것 같다. 중대재해라는 결과 발생을 방지하는 데에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준수 여부가 정말로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라는 전제가 옳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입법된 것이라면, 법령을 통해 이미 특정·명시한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행위 그 자체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안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입법적,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제주지검 김진영 검사는 인과관계의 입증, 죄수(罪數), 양형 등 실무적 쟁점에 대해 토론을 전개했다. 김 검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는 그 자체로 중대재해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인과관계 여부를 다투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경우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바로 중대재해 사고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닐 수도 있으므로,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칙적으로 사업주 등의 예견가능성이나 지배가능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불가항력적 천재지변, 제3자의 고의 행위 등의 요인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을 것이나, 외부 요인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산안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 그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할 경우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해태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다소 폭넓게 인과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어 보이나, 안전보건 업무와 관련된 자의 직위 및 업무 내용, 보고 체계, 배치된 예산, 안전보건 담당 부서의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현장 책임자들이 안전보건 조치의무의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적어도 부실하게 이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예를 들어 철거공사의 현장이라면, 철거공사 현장의 위험요인 확인 · 개선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도급시 철거공사 주관 시공사 및 수급업체 선정기준 시스템 구축이 되었더라면, 철거대상 및 현장을 정확하게 반영한 작업계획서가 마련될 수 있었고, 적격의 감리 및 수급업체를 선정할 수 있었으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구조의 입증이 필요한 것이며, 이에 더해 철거공사 주관사를 구두로 선정하는 유형, 안전관리자도 전문성 고려하지 않고 임의 선정하는 유형, 감리 및 수급업체도 정상적인 경우와 비교하여 저가입찰 통해 선정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라면 인과관계의 입증이 더욱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반기부터 안전보건관리체계 이행 집중 확인"
고용노동부 강검윤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과장은 "상반기 수사과정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각종 절차 및 매뉴얼 등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실질적으로 구축되어 있었는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살펴보았고, 하반기부터는 그와 더불어 경영책임자등이 반기 1회 이상 점검 후 필요한 조치 등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보다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 "수사란 처벌을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예방을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수사를 통해 기업이 안전보건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고 변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수사의 간접적 목적 중의 하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바라는 바"라고 역설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김성주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등이 법에 규정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처벌하지 아니하고, 경영책임자등이 위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시행령에 규정된 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이 중대재해 '처벌'법의 관점에서 보면 시행령은 형사처벌 규정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시행령 제4조 제1호(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 · 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할 것)의 경우 아예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과연 재해 발생과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지 의문이고,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한 이상 그 의무를 넘어서는 것을 수범자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시행령상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경우에는 중대재해 발생과 인과관계까지 쉽게 인정되고 범죄사실이나 공소사실 구성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실제에 있어서는 시행령상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보다는 시행령상 의무를 이행하였으나, 일부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경우 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 범죄사실이나 공소사실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