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지점장으로 근무했어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회사의 지휘 · 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재판관)는 4월 14일 한화생명보험과 위탁계약을 맺고 지점장으로 근무하다가 위탁계약이 해지된 A씨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두3371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규원이 A씨를 대리했으며, 피고보조참가한 한화생명보험은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A씨는 2010년 7월 한화생명보험과 보험설계사 위촉계약을 체결한 후, 한화생명보험의 지점에서 FP(Financial Planner)로 근무하다가, 2011년 12월부터 다른 지점에서 PSM(Pro Sales Manager, 보험인원 모집 및 관리업무를 하는 매니저 직급)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 7월부터는 남영지점 등에서 AM(Assistant Manager, 지점장의 업무를 보조하는 총무 직급)으로 근무했다.
A씨는 이어 2014년 5월 한화생명보험과 지점장 추가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지점장(Branch Manager)으로 근무했으나, 2018년 2월 한화생명보험이 지점장 추가업무 위탁계약과 보험설계사 위촉계약을 해지하자, 추가업무 위탁계약의 해지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A씨의 구제신청을 인용했으나, 중노위가 한화생명보험의 재심신청을 받아들여 'A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한화생명보험의 추가업무 위탁계약 해지는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A의 구제신청을 각하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참가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참가인(한화생명보험)은 '지역본부–지역단–지점'으로 이어지는 영업조직에서 지역본부가 지역단을 관리 · 감독하고, 지역단이 지점을 관리 · 감독하는 구조로 운영하였는데, 지역단장이 정규직 지점장과 위탁계약형 지점장에 대한 관리 · 감독을 다른 방식으로 하였던 것으로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오히려 지역단장은 위탁계약형 지점장에게도 시기별로 구체적인 실적목표를 제시하였으며, 목표 달성을 독려하는 차원을 넘어 실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관하여 일일보고, 현장활동보고 등을 지시했다"며 "이처럼 참가인은 위탁계약형 지점장인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였다"고 밝혔다. 또 "위탁계약에 따르면 계약기간 만료 전에도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해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참가인의 필요에 따라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소속 지점변경이 가능하였다"며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소속 지점을 변경할 때 동의서를 받는 절차가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규직 지점장의 인사이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위탁계약형 지점장에게는 정규직 사원에게 적용되는 인사관리시스템(복무관리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고, 위탁계약형 지점장에게 적용되는 근무시간에 관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실제 업무시간은 정규직 지점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지점 내에 참가인이 제공한 사무실에서 지점 운영 업무를 수행하면서 현장활동시 등에는 지역단에 보고가 이루어졌으며, 휴가일정도 지역단에 보고되었고, 지점 사무실에 배치된 참가인의 서무직원에 의해 출근부 관리가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받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지점 사무실과 비품, 지점 운영 비용은 모두 참가인(한화생명)이 제공하였고,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그와 별개로 사무실 운영 비용 등을 투입하였다고 볼 만한은 자료가 없다. 또한 참가인은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운영하는 지점에 참가인 소속의 서무직원을 배치했다. 대법원은 "이처럼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탁계약형 지점장은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수수료 등의 증가나 감소 이외에 지점 운영에 따른 이윤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탁계약형 지점장은 실적에 따른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지급받았는데, 개인별 · 시기별로 수수료 등의 편차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이와 같은 성과급 형태의 보수는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정규직 지점장도 기본급 이외에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받음으로써 보수의 편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참가인이 상당한 액수의 최소 수수료를 보장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양자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 등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지급받은 수수료 등이 지점 운영이라는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약 4년간 참가인의 위탁계약형 지점장으로서 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참가인의 지휘 · 감독 하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참가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