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공동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남편의 동의 없이 팔았다가 매매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아내가 매수인에게 계약금 반환과 함께 손해배상금까지 물게 됐다.
A씨는 2020년경 D씨의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의 매수중개를 의뢰했다가 서울 서초구에 있는 B(여)씨 부부의 아파트가 매물로 나온 것을 알게 되어 매매협상에 임해 2020년 7월 8일 B씨 명의의 계좌로 계약금 중 일부인 1억원을 송금했다. 이 아파트는 B씨 부부가 1/2 지분씩 소유하고 있었다. D씨는 A씨의 송금 직후 '매매가 14억 5,000만원, 계약일 : 2020. 8. 10.에 작성하기로 함, 중도금 : 계약서 작성일에 협의하기로 함, 잔금일 : 2020. 11. 30. 협의, 송금된 1억원은 계약금의 일부로 만일 계약이 해지될 경우 매도인은 배액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여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메세지를 B씨의 휴대전화에 전송했고, B씨는 '확인했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그런데 B씨의 남편 C씨는 7월 27일 D씨에게 '이 문자메세지에 의한 계약은 매매대금의 10%에 미치지 못한 계약으로 가계약에 준함, D는 위 계약과 관련하여 C로부터 위임장을 받거나 전화를 통한 의사확인 절차를 밟지 않고 진행함, 위 계약은 D의 과실로 계약 전체가 무효임'이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B씨도 그 후 D씨에게 'C의 위임이 없으므로 이 계약은 무효이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A씨는 7월 31일 'B씨 부부의 이행거절로 계약을 해제하고, 기지급한 계약금 일부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을 B씨 부부에게 보낸 뒤 B씨 부부를 상대로 소송(2020가단5210450)을 냈다. 이에 앞서 B씨는 A씨의 내용증명을 받은 날 법원에 피공탁자를 A씨로 지정해 1억 1,000만원을 변제공탁했다.
서울중앙지법 소병석 판사는 10월 22일 "B씨는 A씨에게 원상회복금 1억원에 손해배상금 1억 4,500만원을 더한 2억 4,500만원에서 변제공탁금 1억 1,000만원을 공제한 1억 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현이 원고를 대리했다.
소 판사는 먼저 "피고들이 아파트를 1/2 지분씩 소유하고 있는 점, 피고들이 부부관계인 점, C가 2020. 7. 27. D에게 'C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아파트에 대한 계약은 무효이다'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점과 부동산 매매의 일반 거래관행 등을 종합하면, B는 C를 대리하여 문자메세지에 의한 계약에 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계약의 매도인은 피고들이고 매수인은 원고"라고 지적하고, "이 계약은 '아파트의 1/2 지분씩 소유자인 피고들이 원고에게 아파트의 자신들 지분을 매매대금 합계 14억 5,000만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으로, 매매당사자, 매매목적물, 매매대금이 확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계약금을 1억 4,500만원으로 한다는 점(증인의 증언 내용, 문자메세지 중 1억원을 계약금의 일부로 한다는 기재가 있는 점, 거래 관행 등을 종합하면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인 1억 4,500만원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잔금기일을 원칙적으로 2020. 11. 30.로 한다는 점 등 매매대금의 지급시기와 방식까지도 개괄적으로 정하여진 사정과 C의 내용증명, 위 공탁의 공탁원인 사실 기재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이 계약으로써 아파트에 대해 위와 같은 내용의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B가 C를 대리하여 아파트의 C 지분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로써는 C가 B에게 계약의 체결을 위한 대리권한을 수여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다른 자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그는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책임이 있고(민법 제135조 제1항 등 참조), B가 C를 대리하여 아파트의 C 지분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대리권한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B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35조 제1항에 기하여 계약 상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따라 계약 중 무권대리에 해당하는 C 부분에 대하여도 이행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민법 135조 1항은 '다른 자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그는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책임 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 판사는 "B가 계약 체결 직후부터 계약 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함에 따라 계약은 원고의 2020. 7. 31.자 내용증명의 송달로써 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B는 위 해제에 따라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소 판사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 "2021. 8. 27. 무렵 아파트의 시가가 18억원인 사실이 인정되고, 원고는 B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됨으로 인하여 위 시가 18억원과 계약의 매매대금 14억 5,000만원의 차액인 3억 5,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B는 원고에게 위 손해 중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손해배상금 1억 4,5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하고, 미변제된 원상회복금 1억원에 손해배상금 1억 4,500만원을 더한 2억 4,500만원에서 변제공탁금 1억 1,000만원을 공제한 1억 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