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에서 낙찰자가 낙찰을 철회하는 경우 낙찰가의 30%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도록 한 것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당하게 과중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약관규제법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재판장 이성호 부장판사)는 9월 15일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이 미술품 2점을 낙찰받았다가 낙찰을 철회한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합597876)에서 이같이 판시, "A씨는 서울옥션에 미술품 2점의 낙찰가의 30%인 2억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황원정 변호사가 서울옥션을 대리했다.
A씨는 서울옥션이 2020년 9월 22일 개최한 157회 미술품 경매에서, 이틀 전인 9월 20일 응찰등록신청서를 작성하여 서면으로 응찰, 제49호 경매 품목인 이우환 작가의 'From Point'를 2억 7,000만원에, 제50호 경매 품목인 이 작가의 'Dialogue'를 4억 8,000만원에 각각 낙찰받았다. 위 응찰등록신청서에는 유의사항으로 '낙찰자는 경매 후 7일 이내에 구매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을 입금하여야 한다(낙찰금액 3억원 이상인 경우, 21일 이내). 낙찰자는 낙찰을 철회할 수 없다. 부득이 철회를 하는 경우에는 경매일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의사를 통보 및 낙찰가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벌로 납부하여야 한다. 또한 낙찰자의 낙찰 철회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당사는 위약벌 약정과 별개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위약금 조항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A씨가 20일쯤 지난 10월 13일 서울옥션에 낙찰을 철회하겠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자, 서울옥션이 A씨를 상대로 낙찰 철회로 인한 위약금 2억 2,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는 미술품 경매에 응찰하여 낙찰받은 후 그 낙찰을 철회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낙찰 철회로 인한 위약금으로 225,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낙찰가의 30%를 위약금으로 정한 것은 약관규제법 8조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했다.
"약관규제법 위반 아니야"
재판부는 그러나 "약관규제법 제8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 손해금 등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원고가 위약금 조항을 둔 것은 응찰자들의 무분별한 응찰 또는 낙찰 후 계약포기를 막고 진정한 실수요자들만 응찰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보이는 점, 낙찰자가 일방적인 귀책사유로 낙찰을 철회하는 경우 원고에게는 경매 준비에 소요된 비용이나 수수료 상당액 등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낙찰 과정까지 들인 수고와 노력, 경매회사로서의 신뢰 훼손 등 무형적 손해가 발생하는 점, 원고로서는 위약금 외에 계약체결의무를 불이행한 낙찰자를 제재할 만한 수단이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낙찰가의 30%를 위약금으로 정한 것이 부당하게 과중하여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또 "위약금 조항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민법 398조 2항에 의해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398조 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위약금 조항은 낙찰자가 낙찰 철회 시 낙찰가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벌'로 납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별도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위 위약벌과 별개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 점, 이는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응찰 당시 원고가 피고에게 위약금 조항을 강요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위약금 조항에서 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도하게 무거운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위약금 조항을 두게 된 동기와 경위 등에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개입하여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고, 스스로가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계약의 구속력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여야 하는 점(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참조)을 더하여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위약금 조항이 공서양속에 반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약금 조항이 정한 위약벌 액수의 일부를 무효로 보아 실질적으로 감액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