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나란히 모시기 위해 공원묘원과 계약한 묘지 중 일부를 사용하지 못해 기존에 안장한 묘지까지 개장해 다시 화장 절차를 진행한 자녀들에게 개장 비용은 물론 자녀 1인당 5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한 판결이 나왔다.
A씨 등 3명은 2012년 7월 30일 어머니가 작고하자, 다음날 울산에 있는 B공원묘원과 3평짜리 묘지 2기에 관하여 묘지사용권 계약을 체결하고, 그중 1기에 어머니의 묘를 조성하여 장례를 치렀다. 약 2년 후인 2019년 5월 6일 아버지가 작고하자, A씨 등은 나머지 묘지 1기를 사용하기 위해 B공원묘원에 연락했으나, B공원묘원은 해당 부지가 관할행정청인 울산 남구청으로부터 매장 승인을 받지 못하여 승인 시까지 이를 묘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부모를 나란히 모시려 했던 자녀들은 결국 어머니의 묘를 개장해 아버지와 함께 화장하고 부부납골당에 안치한 후 B공원묘원을 상대로 개장과 화장 등에 들어간 비용 261만원과 자녀 1인당 위자료 500만원 등 모두 1,761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가 청구를 모두 인용하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B공원묘원이 항소했다.
울산지법 민사1-2부(재판장 안복열 부장판사)는 그러나 7월 22일 B공원묘원의 항소를 기각했다(2020나12578).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들에게 묘지사용권 계약에 따라 묘지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원고들이 부친의 사망에 따라 피고에게 묘지의 사용을 요구하였으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당초 계약 내용대로 모친의 묘 옆에 나란히 부친의 묘를 조성하는 것이 불가함을 통보한 때에 피고의 의무는 사회통념상 더는 실현될 수 없는 이행불능의 상태에 빠졌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 "피고는 관할청의 매장 승인을 받지 않은 부지에 관하여 만연히 묘지사용권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이를 알지 못했던 원고들로 하여금 부친의 묘를 앞서 조성한 모친의 묘 옆에 나란히 조성할 수 없게 만들었고, 이러한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위 개장비용 등 합계 261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A에게 위 261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①원고들은 모친이 사망함에 따라 장지를 마련하면서 향후 부친이 사망하였을 때 나란히 묘를 조성할 목적으로 2기의 묘지에 관하여 일거에 사용계약을 체결한 점, ②이는 당시 아내의 장례를 치르던 부친 본인의 유지이기도 했던 점, ③부친의 유지에 따라 부모를 나란히 모시기 위한 방편으로 7년 전에 조성한 모친의 묘를 개장하여 이를 다시 화장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식인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리라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한 점, ④피고는 자신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당장 부친의 장례를 치러야 하는 원고들이 갑작스럽게 묘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다른 부지의 사용 및 추후 이장을 권하였을 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등은 원고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하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점, ⑤피고는 공원묘원을 운영하는 재단법인으로서 사회통념상 자식들에게 있어 부모의 묘지가 갖는 특수한 의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은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며, 피고가 이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는 원고들의 이러한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 액수는 자녀 1인당 500만원으로 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