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을 보험료로 한꺼번에 예치한 다음, 즉시 또는 일정기간 거치 후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생존연금액으로 지급받는 즉시연금보험 가입자들이 즉시연금이 적게 지급됐다며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미지급액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 이겼다. 상속만기형 즉시연금의 경우 당초 연금월액 중 일부를 적립액으로 공제하는 것으로 설계된 것은 맞지만, 이를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관용 부장판사)는 7월 21일 삼성생명 즉시연금보험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소송(2018가합572096, 2019가합585402)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 연금액 5억 9,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고들은 즉시연금 상품 유형 중 일정 기간 연금을 받은 뒤 만기에 이르면 원금을 돌려받는 '상속연금형(만기형)' 상품 가입자들로, "(삼성생명과 맺은) 각 즉시연금보험계약에 따라 매월 지급되는 생존연금액은 약관상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 즉 공시이율 적용이익이 되어야 하는데, 삼성생명이 위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를 만기보험금의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하여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지급했다"며 미지급 생존연금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삼성생명은 순보험료(원고들의 납입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로 지출되는 비용을 제외한 금액)에 삼성생명이 매월 정하는 공시이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를 연금계약 적립액으로 별도 공제한 뒤 연금을 지급해왔다.
상속만기형은 매월 생존연금을 지급하면서도 만기에 원금 상당액(납입 보험료)을 모두 지급하기 위하여 연금월액 중 일부를 연금계약 적립액으로 공제, 적립하는 형태로 연금월액의 지급방법이 설계되었으며, 삼성생명은 "각 보험계약에 따른 연금월액의 산정에 관하여, 약관의 내용을 그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경우, 각 보험계약상의 연금월액의 지급에 있어 연금계약 적립액의 공제는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약관에서 생존연금의 계산은 '공시이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기재하고 있음과 아울러, 상속만기형의 즉시연금보험의 설계 구조, 약관과 가입설계서에 명시된 '연금계약 적립액'의 정의 규정, 각 보험계약이 무배당 보험 상품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의 주장과 같이 상속만기형의 보험 상품이 애초에 순보험료와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의 적립액을 만기보험금의 지급 재원으로 할 것임을 의도하여 설계된 상품인 사실은 인정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2014다81542 등)을 인용,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 본문은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사업자가 제2항 및 제3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르면 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를 지고,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명시 ·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근거가 있으므로, 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까지 보험자에게 명시 ·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이 보험자에게 명시 ·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 · 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내용(2013다217108 판결 참조).
재판부는 "우선, 매월 발생하는 공시이율 적용이익에서 적립액이 공제된다는 내용은 각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에 관한 내용으로, 이는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하는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각 보험계약에 따른 생존연금의 지급에 있어 '매월 발생하는 공시이율 적용이익에서 적립액이 공제된다'는 내용이 이 사건 약관, 상품설명서, 가입설계서 등에 직접적으로 명시, 언급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고, 각 보험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피고가 보험계약자인 원고들에게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을 명시, 설명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이로써 피고는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을 각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는, 가입설계서에도 생존연금의 예시금액이 상품 유형별로 기재되어 있고, 해당 예시금액이 실제 공시이율 적용이익 일부를 적립액으로 공제한 이후의 금액을 예시한 것이며, 같은 상속만기형 상품에서도 만기에 따라 생존연금액이 달라지는 사정이 분명하게 표시되었으므로, 이 점에서도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은 원고들에게 명시, 설명되었다고 주장하나, 가입설계서에 즉시연금의 상품별, 상속만기형 상품의 만기별 연금월액이 예시되어 있고, 특히 상속만기형의 만기(보험기간)에 따라 연금월액이 증액되는 사정이 드러나는 사실, 보험 상품의 판매 시 가입설계서에 기재된 연금월액 예시금액이 고객의 주된 관심사로서 설명되는 사실, 실제 원고들 중 1명 역시 해당 예시금액을 확인하고서 '10년형'의 상속만기형 상품에 가입한 사실 등이 인정되기는 하나, 위와 같이 가입설계서에 기재된 순수종신형과 상속형 사이 연금월액의 예시금액에 차이가 있는 사정, 상속만기형의 경우에도 그 보험기간에 따라 예시금액이 변동되는 사정에서 곧바로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이 인지되고, 도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연금월액의 산정에 있어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은 피고가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보험계약의 연금월액 산정 방식에 따라 기발생 공시이율 적용이익에서 기 지급금액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신동선 변호사와 법무법인 정세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삼성생명은 김앤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