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유리 외벽으로 인한 빛반사 밝기가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최소 기준의 약 2,800배에 이른다면 참을 한도를 넘는 생활방해여서 시공사가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하지시의 빛반사 시각장애 1시간당 1%의 아파트 시가하락이 있는 것으로 보고 세대별 시각장애 발생 연간 일수와 지속시간 등을 고려한 위자료 100만~300만원을 더해 배상하라고 명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3월 11일 김 모씨 등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경남마리나아파트의 주민 143명이 "유리 외벽에서 반사되는 강한 햇살로 생활방해를 받고 있다"며 인근에 있는 72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해운대아이파크를 신축한 시행자 겸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3다59142)에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 원고들 중 34명에게 이같이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도현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인접 토지에 외벽이 유리로 된 건물 등이 건축되어 과도한 태양반사광이 발생하고 이러한 태양반사광이 인접 주거지에 유입되어 거주자가 이로 인한 시야방해 등 생활에 고통을 받고 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그 건축행위로 인한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를 넘는 것이어야 한다"며 "건축된 건물 등에서 발생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지는 태양반사광이 피해 건물에 유입되는 강도와 각도, 유입되는 시기와 시간, 피해 건물의 창과 거실 등의 위치 등에 따른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내용, 가해 건물 건축의 경위 및 공공성, 피해 건물과 가해 건물 사이의 이격거리, 건축법령상의 제한 규정 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용도와 이용현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지조치와 손해회피의 가능성,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도시 인구의 과밀화와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건물의 고층화 경향에 따른 건물 구조의 변화, 이 사건 건물(해운대아이파크)이 도시관리계획상 일반상업지역에 위치한 점, 피해 건물과 이 건물의 이격거리 및 그에 대한 규제의 위반 여부, 피해의 회피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고들의 아파트의 경우에는 이 사건 건물의 외벽 유리에 반사되어 아파트로 유입되는 강한 햇빛으로 인하여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해운대아이파크는 경남마리나아파트 남쪽 방향 약 300m의 36,918.80㎡ 지상에 지하 6층 내지 지상 46층, 66층, 72층 규모의 공동주택 3개동, 33층 규모의 호텔 1개동, 9층 규모의 업무시설 1개동, 3층 규모의 판매시설 1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해운대아이파크를 신축할 때 온열환경개선을 위하여 외장재로 로이(low-E, low-emissivity) 복층유리를 사용하였는데, 로이 복층유리의 반사율은 가시광선 반사율이 29.6%, 태양광선 반사율이 37.8%에 이르러 일반적인 복층유리의 반사율(가시광선 반사율 16.8%, 태양광선 반사율 13%)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이 사건 건물의 외벽 유리는 그 표면이 거울과 같고 위와 같이 반사율이 높아서, 빛이 들어오는 각도와 동일한 각도의 반대방향으로 빛이 반사되는 현상인 경면반사(鏡面反射, 건물의 외벽에서 반사되는 강한 햇살)가 많이 일어나게 되며, 저녁 무렵이 되면 햇빛이 이 사건 건물 중 북쪽 동(棟)의 북, 서쪽 유리면에 입사되는 각도와 이 사건 아파트 방향으로 반사되는 각도가 일치하는 경면반사 현상이 발생하여 태양반사광이 이 사건 아파트로 유입되는데, 이 사건 건물의 외관이 타원형을 이루며 전체적으로 완만한 곡선으로 되어 있어서 이러한 경면반사 현상에 따른 태양반사광의 유입은 상당한 시간 동안 지속된다.
빛반사 밝기가 25,000cd/㎡를 초과하게 되면, 인체는 포화효과(飽和效果)로 인해 시각정보에 대한 지각 능력이 순간적으로 손상되는 빛반사 시각장애 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와 같이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빛이 실내로 유입되는 경우에는 실내 밝기가 극대화 되어 안정과 휴식을 취해야 할 공간인 주거에서 거주자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게 될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외부 경관을 바라보기 어렵게 되는 등 일시적으로 주거로서의 기능을 잃게 되어 기본적인 주거생활에 불편을 느끼게 된다.
해운대아이파크의 외벽 유리면은 상당한 시간 동안 태양광을 경남마리나아파트 일대로 반사하는데, 그러한 태양반사광으로 인하여 경남마리나아파트의 일부 세대에는 빛반사 밝기가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한 현상은 각 세대에 따라 연간 31일에서 187일간 발생하고, 총 발생시간은 연간 1시간 21분에서 73시간이며, 하지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그 지속시간은 적게는 7분에서 많게는 1시간 15분까지이다. 이 현상이 지속되는 중간 시간대에 나타난 빛반사 밝기는 높게는 69,831,354cd/㎡로 측정되어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최소 기준 25,000cd/㎡의 약 2,800배에 이른다. 태양반사광이 유입되는 경남마리나아파트의 주민들은 햇빛반사로 인한 눈부심으로 외부 경관을 바라볼 수 없고 반사되는 햇빛이 강할 때에는 눈을 뜨기 힘들며 이로 인해 시력도 많이 나빠졌다고 하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그 이웃 토지상의 주택이나 아파트 소유자가 경면반사로 인한 불능현휘(不能眩揮, 빛반사 시각장애) 현상으로 입는 주거생활의 피해 등이 그 수인한도를 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부동산 가치 하락이 있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위 원고들에게 부동산 가치의 하락에 상응하는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것"이라며 하지 불능현휘 발생 1시간당 1%의 가치하락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다만, "피고가 각 건물을 신축하면서 건축법 등에 의한 공법상 규제를 위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고, 건축 당시 각 건물의 주변이 공부상으로는 일반상업지역으로서 일조시간에 관한 공법적 규제가 없었던 점, 경면반사로 인한 주거환경의 침해는 일조권의 침해와는 달리 그 침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점, 수인한도 내의 부동산 가치하락은 경면반사 등의 침해를 받는 주민이 감수하여야 할 부분이므로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만을 평가 요인으로 하여 부동산의 시가하락분을 산정함이 마땅하지만 이러한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수인한도 내에 있는 시가하락분을 참작하여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건물가치 시가하락과 관련된 재산적 손해액을 가치하락 추정치의 8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