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8년 8월 14일 자신이 다니는 회사 소유의 영업용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항소심 계속 중이던 2019년 6월경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2,10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그 유족들로부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받았다. A씨는 사고가 나기 약 2년 전인 2012년 6월 보험에 든 DB손해보험에 보험금 2,100만원의 지급을 요구했으나, DB손해보험이, A씨가 가입한 보험의 경우 '자가용'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A씨가 사고를 일으킬 당시 운전한 자동차는 자가용 자동차가 아니라 '영업용' 자동차였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가 2012년 6월 DB손해보험에 가입한 보험에 따르면, DB손보는 A씨가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타인에게 상해 등을 입힌 경우 A씨가 지급하게 되는 형사합의금을 3,000만원 한도로 지급하고, 이로 인해 A가 기소되어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변호사 선임비용을 500만원 한도로 지급해야 한다.
A씨는 DB손보를 상대로 보험금 2,100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 측에서 회사 트럭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킬 경우에도 합의금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보험설계사로부터 보험가입 권유를 받았는데, 그때 보험설계사가 "우리 고객님 운전하시는 차량은 자가용, 영업용, 어느 쪽에 해당되십니까"라고 문의하자, A씨는 "자가용이요"라고 답하였고, 다시 보험설계사가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농기계, 건설기계 중에서 해당되시는 차종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문의하자 "승용차요"라고 답하였다. 그 후 A씨가 보험설계사에게 "회사 트럭으로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따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요?"라고 문의하였고, 보험설계사는 "그럼요 회사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그럴 때 개인적인 합의라든지, 나라에서 나오는 벌금이라든지, 변호사를 섬임해야 하는 비용이라든지 이런 비용들은 내차 남의 차 상관없이 다 나가시는 것이에요, 운전자보험에서"라고 답변했다. 이어 보험설계사가 보험약관의 내용에 대해 설명을 계속하다가 A씨가 아직 더 설명할 것이 남았냐는 취지로 묻자 "네 더 남으셨어요, 고객님 빨리 진행해드릴게요, 말씀 드린 것처럼 내 차 남의 차 상관없이, 회사 차든 가족 차든 노란색이나 주황생 같은 영업용 번호판만 아니라고 하면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1심 재판부가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리자 DB손해보험이 항소했다.
전주지법 민사1부(재판장 오재성 부장판사)는 1월 14일 "비록 피고의 보험상품의 가입을 권유한 보험설계사가 마지막에 영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약관을 설명하였다고는 하나, 이는 일반론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고 그에 앞서 원고에게 명시적으로 회사 트럭을 운전하여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설명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위 사고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는 형사합의서에 기재된 2,100만원 중 원고가 피해자에게 실제로 지급한 1,500만원만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20나5061). 조근원 변호사가 A씨를, DB손해보험은 법무법인 백제가 대리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 보험설계사로서는 원고가 회사 트럭에 대하여도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개별적 · 구체적으로 문의하였을 때, 회사 트럭은 그 용도에 따라 '영업용'일수도 있고, '자가용'일수도 있으며 '영업용' 트럭에 대해서는 보험계약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과 영업용 차량과 자가용 차량의 구분 기준 등에 관하여 분명히 설명하였어야 한다"며 "결국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원고가 회사의 트럭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도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위 사고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88다4645)에 따르면,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계약당사자 사이에서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것인 바, 일반적으로 당사자 사이에서 보통보험약관을 계약내용에 포함시킨 보험계약서가 작성된 경우에는 계약자가 그 보험약관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그 약관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다만 당사자 사이에서 명시적으로 약관의 내용과 달리 약정한 경우에는 위 약관의 구속력은 배제된다고 보아야 하는바, 보험회사를 대리한 보험대리점 내지 보험외판원이 고객에게 보통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계약이 체결된 경우 그때 설명된 내용이 보험계약의 내용이 되고 그와 배치되는 보통약관의 적용은 배제되어야 한다. 약관규제법 제4조는 위와 같은 법리를 반영하여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이 약관보다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