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경우, 차임 연체로 인한 계약 해지를 제한하고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차임 증감청구권 사유에 명시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소비지출이 위축되고 상가임차인의 매출과 소득이 급감하는 가운데, 상가임차인에게 가장 큰 고충이 되는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러한 취지는 높이 살 만하나, 이를 상가임대인의 부담으로 돌렸다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대한변협이 상가건물 · 주택 임대차보호법 등 2020년 국회가 제 ‧ 개정한 법률 중 35개 법률을 분석, 평가한 「2020년 입법평가보고서」를 발간하고, 2월 17일 오후 2시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한다. 보고서엔 지난해 국회가 입법한 법률 중 사회적 파장이 크고, 국민에게 밀접한 영향을 끼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민식이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김용균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변협은 "국회는 입법을 통해 국가의 법규를 정립하고, 법치주의를 구현하며, 그럼으로써 국민에게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데, 이렇게 중요한 입법 작용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정략에 따라 시행 여부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합리적 이유 없이 제한하거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내용으로 반복 발의되는 위헌성을 지닌 법률안도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보고서 발간과 관련,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입법평가의 기준을 도입하였다"며 "구체적으로 2020년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대해 입법절차의 정당성, 법제적 완성도, 입법영향과 분석, 법률이 개정된 배경, 쟁점 등으로 평가 항목을 세분화했고, 각 항목별로 구체적인 배점을 설정해 종합적인 점수를 집계하였다"고 밝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은 이미 7,000건이 넘는다. 변협은 "2020년 입법평가보고서가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법령과 제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어 법치주의 실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변협이 발간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에 대하여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를 두어 성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고 피해에 취약한 아동 · 청소년의 기본권을 보호하려 하였고, 불법 성적 촬영물과 파생되는 협박, 강요 등의 경우도 처벌되도록 사이버성범죄 처별규정을 신설하여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의 사이버성범죄의 경우도 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대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나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의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고, 신설규정의 처벌 하한이 상향되었기에 실제 법적용시에도 해당 양형이 적정한지 모니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및 4 · 16 세월호 사건과 같은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등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반성 및 재발방지의 의지 하에 2021년 1월 제정되었다. 다만, 사업주 및 법인 처벌 등 형사처벌에 의존하는 방향의 입법이 다소 성급하게 입법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존재하며, 처벌을 통한 사후 처리보다 안전 기준을 더 엄격히 하고, 전담관리 기관을 두도록 하되 이를 준수하지 아니하는 기업과 기관을 처벌하는 사전 예방의 입법 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5조의13을 중심으로)='민식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죄를 범할 경우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 입법되었다. 이에 대하여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운전 중 과실로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였을 경우 형법상 고의의 강력범죄 수준으로 가중처벌하고 있는데,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만약 어린이의 부상 정도가 심하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민식이법보다 형법이 적용되는 편이 오히려 처벌상 유리할 수도 있어 극단적으로는 운전자가 고의로 상해를 가했다고 주장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할 소지까지 존재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공직자가 외부강의를 할 경우 미리 신고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외부강의를 마친 날부터 10일 이내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의 2일 이내의 신고는 일정이나 연휴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할 수 있어 그 취지에는 공감하나, 개정법에 따르면 미리 신고할 필요가 없어져 사실상 외부강의 등을 마친 뒤에야 신고가 이루어지게 되므로, 사전 신고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