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3년간 종교활동을 중단했다가 입영통지서를 받자 종교활동을 다시 시작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했다. 법원은 종교적 신념이 깊거나 확고하다고 볼 수 없어 병역거부에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A(24)씨는 2019년 6월 24일경 '2019년 7월 22일 육군훈련소에 입영하라'는 부산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나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윤리적, 도덕적, 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2010년 1월 정식으로 침례를 받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된 A씨는, 2015년까지는 포교활동을 담당하면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활동하였으나, 2016년부터 2019년 6월 입영통지서를 받기 전까지 3년간 종교활동을 중단하였다가 입영통지서를 받은 이후인 2019년 7월 3일 다시 여호와의 증인 집회에 참석하였고, 같은 달 14일 다시 신도로서 복귀했다.
울산지법 유정우 판사는 1월 8일 "피고인의 입영거부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2019고단4489).
유 판사는 "피고인이 입영거부 당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이고, 설령 그 신도로서 종교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보더라도 입영거부 당시 피고인에게 '병역을 이행함으로써 피고인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 내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유 판사는 "여호와의 증인은 교리가 엄격한 종교로서(그러한 사실 때문에 종종 정규 기독교단체에서 이단으로 배척받기도 함) 이성교제, 음주, 음란물 시청, 살상게임 등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피고인은 위 종교의 엄격한 교리에 부담을 느끼면서 성인이 되면서 스스로 종교활동을 중단하였고, 중단 기간도 3년에 이르며, 종교활동 중단 기간 동안 위 종교에서 금지하는 일들을 하였고, 심지어 그 기간에 2차례 범죄를 저지른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유 판사에 따르면, A씨는 종교활동 중단기간 동안 PC방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하여 일하다가 새벽시간에 청소년을 출입시킨 혐의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되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편의점에서 두 차례 물건을 훔쳐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또 웹하드 업체에서 성인물 내지 음란물을 다운로드받아 시청하고, PC방에서 일하면서 '오버워치'라는 슈팅게임(선택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살상하고 전투를 벌이는 게임)을 하기도 했으며, 술을 마신 적도 있었다.
유 판사는 "설령 피고인이 이미 침례를 받은 사람으로써 종교활동을 일정기간 중단했지만 여호와의 증인 신도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더라도, 단순히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서 입영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고, 그에게 위 신도로서 입영거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정도의 종교적 신념과 양심이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위와 같이 피고인은 스스로 위 종교활동을 중단하였고, 종교활동 중단 경위에 관하여 검찰 조사에서 종교활동에 대한 확신이 없어 도망을 가게 되어 종교활동을 중단한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며, 이 법정의 피고인신문에서도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사람들과 세속적으로 교제를 하고 싶었고, 자극적인 영상매체와 같은 유혹에 빠지게 되었으며, 그러한 유혹에서 벗어날 것을 가르치는 종교 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 중단하게 되었다'라고 밝힌바 있다"며 "이러한 사정이라면 피고인이 입영거부시까지 피고인의 내면에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 뒤엎어지지 않을 정도의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존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