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던 80대 노인의 통장에서 숨지기 전 세 달도 안 되는 기간에 1억 5,960만원이 인출됐다. 이에 딸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돌봐준 사회복지사가 이중 1억 4,250만원을 횡령, 절취 또는 편취했다며 소송(2019가단124542)을 냈으나 졌다. 패소 이유는 증거부족.
2017년 5월 '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진단을 받은 A씨는 2017년 중반부터 울산 남구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인 B로부터 돌봄서비스를 받아왔다.
A씨의 딸 C는 자신 명의의 새마을금고 예금계좌를 만들어 아버지(사망 당시 만 81세)가 자신의 관여 없이 이 예금계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아버지에게 통장과 도장을 주었으나, 이 예금계좌에서 2018년 10월 25일부터 12월 28일까지 5차례에 걸쳐 1,960만원이 인출되고, 2019년 1월 11일 1억 4,000만원이 수표로 인출되자 아버지를 돌봐주던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아버지는 수표가 인출된 지 닷새 후인 1월 16일 사망했다.
C는 "아버지는 82세의 고령이고, 후두암 수술 후유증과 합병증 등 노환으로 평소에도 인지능력이 떨어진 상태였으므로 B씨가 2018. 10. 25.부터 2018. 12. 28. 사이의 인출금 가운데 250만원을 횡령 또는 절취하였다"고 주장하고, 또 "아버지가 수표를 인출한 5일 후이자 사망한 날인 2019. 1. 16. 04:47경 수표가 B씨 동생 명의의 농협 지점 예금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보이므로, B씨가 수표를 절취 또는 편취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C는 "B씨가 아버지의 인지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악용하여 아버지로 하여금 예금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도록 적극적으로 기망하거나 유도한 후에 편취한 정황이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횡령금 250만원과 수표금의 합계 142,500,000원을 부당하게 획득하였기 때문에 예금계좌의 명의자(또는 통장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C는 "B씨가 아버지의 의사무능력 상태를 이용하여 횡령금 250만원과 수표금의 합계 142,500,000원을 증여받았는데 이러한 의사무능력 상태에서의 무효인 행위로 인한 증여는 무효이기 때문에 증여받은 돈을 모두 아버지에게 반환하여야 할 것이지만 아버지가 사망하였으므로 예금계좌의 명의자(또는 통장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울산지법 김명환 판사는 그러나 11월 3일 "이유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 판사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피고가 C의 아버지로부터 이 사건 횡령금(250만원)과 수표금의 합계 142,500,000원을 횡령, 절취 또는 편취하였다는 주장을 사실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C의 아버지의 의사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겠다는 점을 추정할 수는 있겠으나, 이러한 추정사실만으로는 피고가 C의 아버지로부터 횡령금과 수표금의 합계 142,500,000원을 횡령, 절취 또는 편취하였다는 사실을 추인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