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막걸리 제품인 '지평막걸리'와 유사한 표장을 사용해 막걸리를 판매한 업체가 1억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재판장 권오석 부장판사)는 7월 10일 지평막걸리를 제조 · 판매하는 지평주조가 유사한 표장을 사용해 막걸리를 생산 · 판매한 농업회사법인 A사의 사내이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31443)에서 "B씨는 A사 및 A사 대표이사인 B씨의 어머니와 연대하여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정성이 지평주조를 대리했다.
지평주조는, 2016년 7월 설립된 A사가 '생지평', '지평생', '원지평' 등의 표장을 사용한 막걸리를 생산하여 판매하자, "A사가 원고의 등록상표 '지평'과 동일 · 유사한 표장들을 사용하여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B씨는 이에 대해 "나는 A사에서 명의상 사내이사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제품 배달 등 실무만 처리하는 직원이었다"며 "A사나 대표이사의 불법행위에 관여하지 않았고, 나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침해 표장들의 사용 경위, 관련 민사판결 및 형사판결의 경과 등에 비추어볼 때 A사와 B씨의 어머니(대표이사)가 원고의 등록상표와 동일 · 유사한 침해 표장들을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사는 피고의 부모가 대표이사 및 감사이고 피고 본인도 사내이사로서 전형적인 가족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 과정에서 다른 일반적인 회사보다 훨씬 긴밀한 상호 의사소통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는 A사와 어머니에게 적극 가담하여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하였거나 적어도 그러한 침해행위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로 이사의 임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는 A사 및 어머니와 공동하여 원고에게 상표권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관련 민사판결이 2019. 2. 14. 확정되기 전까지 A사가 법률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침해 표장들을 사용하였으므로 상표권 침해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단지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고의 또는 중과실이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수원지법 여주지원이 2017. 1. 31. A사에 대하여 원고의 등록상표의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하였으므로, 위 가처분 결정 이후에 등록상표가 포함된 침해 표장들을 사용하는 행위가 상표권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원고는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에 A사를 상대로 하여 A사가 침해 표장들을 사용하여 막걸리를 생산 · 판매하는 행위는 원고의 등록상표를 포함한 원고의 상표권 침해행위에 해당하거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가목 또는 나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침해 표장들의 사용금지, 침해품 폐기 및 상호 말소등기 등(손해배상 청구는 제외)을 구하는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11월 17일 A사의 위 행위가 원고의 등록상표를 포함한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 2019년 2월 14일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 "피고 등의 상표권 침해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성질상 극히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2017. 5.경부터 2019. 4.경까지 A사의 매출 합계액은 359,111,636원(부가가치세 별도)인데, A사의 판매처들이 서울, 경기 지역에 널리 흩어져 있는 점, 막걸리 제품은 유통기한이 1개월 정도로 짧고 냉장보관이 필수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운송비, 보관비 등의 비용이 상당히 지출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등록상표가 막걸리 시장에서 가지는 신용과 명성을 고려할 때 이와 유사한 침해 표장들의 사용은 A사의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나, 주류 유통 과정의 특성에 비추어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한 피고 등의 노력도 매출 증대에 기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손해액을 1억 2,000만원으로 정한 뒤, 원고가 B의 어머니로부터 변제받은 2,000만원을 뺀 1억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상표법 110조 6항은 "법원은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에 관한 소송에서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증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변론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