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조합원이 조합에 재결신청청구서를 3회에 걸쳐 우편으로 보냈는데도 조합이 의도적으로 수취를 거부했다면 조합에 우편물이 도달되었다고 보아 재결신청이 늦어진 데 따른 지연가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 모씨는,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일원 185,269.3㎡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는 H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이었다가 분양신청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대상자가 되었다. 정씨는 그러나 H조합이 정씨 소유의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용재결을 신청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자, A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A법무법인은 H조합에 2016년 2월 25일, 3월 4일, 3월 14일 3차례에 걸쳐 내용증명 및 배달증명 방식의 우편물을 발송했는데, 각 우편물의 봉투 겉면의 '보내는 사람'란에는 'A법무법인 대표변호사 강 모씨'라고 기재되어 있었고, '받는 사람'란에는 'H초등학교주변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장 김 모씨'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각 우편물에는 A법무법인이 정씨를 대리하여 재결신청청구서를 송부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내용문서 원본, 정씨 명의의 재결신청청구서, 정씨가 A법무법인에 재결신청청구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각 우편물은 모두 H조합의 수취 거부로 반송되었고, H조합은 2017년 1월 25일이 되어서야 경기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정씨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수용재결을 신청했다.
이에 정씨가 H조합을 상대로 추가 감정결과에 따른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와 함께 재결신청이 늦어진 데 따른 지연가산금 5억 2,3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만 받아들이고 지연가산금 청구는 기각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정씨는 "원고의 2016. 2. 26.자 재결신청청구서는 피고가 수취를 거절한 2016. 3. 2. 피고가 그 통지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상태에 놓여 있었다 할 것"이라며 "위 재결신청청구서 수취거절일로부터 60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6. 5. 2.부터 피고가 재결신청청구를 한 날인 2017. 1. 25.까지의 지연가산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은 8월 20일 정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피고가 부당하게 (A법무법인이 보낸) 각 우편물의 수취를 거부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피고의 수취 거부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재결신청청구서는 각 우편물을 통해 피고에게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연가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두34630). 법무법인 정의가 정씨를 대리했다.
대법원은 "민법 제111조 제1항은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도달이란 사회통념상 상대방이 통지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상대방이 통지를 현실적으로 수령하거나 통지의 내용을 알 것까지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상대방이 부당하게 등기취급 우편물의 수취를 거부함으로써 그 우편물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의 형성을 방해한 경우 그러한 상태가 형성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발송인의 의사표시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허용되지 아니하고, 이러한 경우에는 부당한 수취 거부가 없었더라면 상대방이 우편물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일 수 있었던 때, 즉 수취 거부 시에 의사표시의 효력이 생긴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여기서 우편물의 수취 거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는 발송인과 상대방과의 관계, 우편물의 발송 전에 발송인과 상대방 사이에 그 우편물의 내용과 관련된 법률관계나 의사교환이 있었는지, 상대방이 발송인에 의한 우편물의 발송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우편물의 수취를 거부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수취 거부를 한 상대방이 이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우편법에 따르면, 수취인에게 배달할 수 없거나 수취인이 수취를 거부한 우편물은 발송인에게 되돌려 보낸다(제32조 제1항)고 규정되어 있으며, 이러한 우편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우편물이 내용증명우편 및 배달증명우편 등 등기취급의 방법으로 발송된 경우에는 반송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무렵 수취인에게 배달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구 도시정비법 제47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피고는 분양신청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탈퇴조합원들에 대하여 분양신청기간 종료일의 다음 날부터 150일인 2016. 2. 1.까지 현금청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으나, 실제로는 위 기한까지 현금청산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탈퇴조합원들과 종전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보상협의가 성립하지 못했으므로, 그 무렵부터는 원고를 비롯한 탈퇴조합원들이 수용 여부 및 정당한 보상금액을 조속히 확정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재결신청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며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12조에 의하면, 재결신청청구서는 사업시행자에게 직접 제출하거나 배달증명취급우편물로 우송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각 우편물은 발송인이 '법무법인'이고 일반우편물이 아니라 내용증명 및 배달증명 방식의 우편물이었으므로, 사회통념상 중요한 권리행사를 위한 것이었음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대리인이었던 'A법무법인'이 약 10일 간격으로 3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하였음에도 피고가 매번 수취를 거부한 점에 비추어, 피고가 각 우편물에 재결신청청구서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이해관계인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수취를 거부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며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부당하게 이 사건 각 우편물의 수취를 거부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피고의 수취 거부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재결신청청구서는 각 우편물을 통해 피고에게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우편법 시행규칙 제51조 제1항에 의하면, 내용증명우편물의 내용문서 원본과 우편물의 봉투에 기재하는 발송인의 성명 · 주소는 동일해야 하므로, 'A법무법인'이 원고의 성명 등을 각 우편물의 봉투에 병기하지 않은 것을 가리켜 우편물의 발송인을 부실 기재하였다고 탓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40조 1항에 의해 준용되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30조에 의하면, 사업인정고시가 있은 후 협의가 성립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서면으로 사업시행자에게 재결을 신청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1항), 사업시행자는 그 청구가 있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여야 하며(2항), 사업시행자가 기간을 경과하여 재결을 신청한 때에는 그 지연한 기간에 대하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3조에 따른 법정이율을 적용하여 산정한 금액(지연가산금)을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재결한 보상금에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3항).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