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대리점의 '카마스터(car master)'는 현대차 근로자나 파견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에 이어 이번에는 기아자동차 대리점의 카마스터도 기아차 근로자나 파견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박성인 부장판사)는 7월 3일 A씨 등 기아차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 9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등 소송(2017가합504232)에서 A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원고들을, 기아차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기아차 대리점주와 자동차 판매중개 계약을 체결하고 1998∼2015년부터 기아차 대리점에서 카마스터로 자동차 판매와 수금, 채권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해온 A씨 등은 "형식적으로 대리점주와 중개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대리점주는 사업주로서 독립성이 없어 기아차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는 기아차가 교육, 업무지시, 감독을 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지급했다"며 기아차와의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은 주위적으로 기아차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라고 요구하고, 또 예비적으로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기아차의 업무상 지휘 · 명령을 받아 자동차판매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기아차의 자동차판매사업에 편입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기아차를 위하여 파견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아차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거나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청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①대리점주는 자체적으로 대리점 건물을 소유하거나 임차하여 보유하고 있고, 사무용품이나 대리점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도 자체적으로 부담하며, 사무직원을 채용하는 등 피고와 구별되는 사업자로서의 실질을 갖추고 있었다. ②대리점주들은 대리점협회를 조직하여 대리점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피고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며, 피고와 사이에 판매수수료율을 협의하는 등 계약조건을 교섭해 왔다. ③원고들을 비롯한 카마스터들은 대리점에 소속되어 근무하였고, 피고의 사업장이나 직영점에서 근무하지는 않았다. ④대리점주들은 카마스터에 대한 채용 여부를 결정하고, 카마스터와 협의하여 중개수수료 지급비율을 결정하였으며, 그 이름으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였다"며 "대리점주가 단지 형식적 · 명목적 존재에 불과하여 피고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2008두4367 등)에 따르면,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대리점에 협조전 공문을 보내거나 업무지침을 내리는 등 자동차판매업무와 관련한 지시나 명령을 하였고, 대리점과 중개계약을 체결한 카마스터들도 간접적으로 이러한 피고의 지시 · 명령에 어느 정도 구속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카마스터들이 피고의 대리점에 대한 지시 · 명령을 준수해야 하는 사실상의 의무를 부담하게 되더라도, 이는 중개계약 제6조 제1, 2항, 제8조 제1항 등에서 계약상 의무로 정한 것으로서, 카마스터가 피고의 지침을 위반하는 경우에 그 책임과 손해는 대리점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인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대리점에 대한 지시 · 명령을 피고의 카마스터들에 대한 지휘 · 명령으로 평가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피고가 대리점에 대하여 계약상 의무사항을 강조하거나 그에 부수한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피고가 직접 카마스터들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음으로써 원고들을 직접 사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피고가 대리점에 계약상 의무사항을 부과하거나 협조전 공문을 통하여 지시사항을 전달한 것 등이 카마스터들의 근로 내용을 직접적으로 정하거나 규율함으로써 카마스터들로부터 직접 근로를 제공받았다고 평가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다"며 기아차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이유로, "(기아차의 직영점에 속한 자동차) 판매사원들이 카마스터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기는 하지만, 판매사원들과 카마스터들이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어 자동차판매업무를 수행한다기보다는 각자 자신이 속한 대리점 또는 직영점에서 자동차판매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고, 사실상 판매사원과 카마스터는 영업상 경쟁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여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기아차는 직영 판매점(지점)과 판매대리점의 이원적 구조를 활용하여 자동차를 판매하며, 직영 판매점은 기아차가 직접 채용한 정규직 근로자들을 판매사원으로 두어 운영된다. 반면 판매대리점은 기아차가 대리점주(대리점 대표)에게 판매대리권을 부여하면, 대리점주 내지 대리점주와 자동차 판매중개 게약을 체결한 카마스터가 자동차판매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운영된다. 2017년 4월 30일 기준으로 기아차는 국내영업본부 산하에 전국을 19개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본부를 두고, 지역본부 산하에 322개의 직영 판매점과 대리점을 두어 자동차 판매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소송에서 기아차를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욱래 변호사는 "최근 카마스터를 비롯하여 택배기사, 백화점 판매원, 보험사 사업소장 등 특정사업자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성과에 기반한 수수료를 받는 것을 소득으로 삼는 개인사업자들이 도급 혹은 위임 등 위탁계약 본질에 기인한 계약상 구속을 근거로 그 특정사업자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등 적용을 주장하거나, 나아가 특정사업자에게 일을 위탁한 도급인에게 파견법의 적용을 주장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호받고자 하는 유형의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위 판결은 카마스터에게 파견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계약의 목적, 사업 편입 여부, 그리고 사용사업주로 지목된 자와 파견근로자라 주장하는 자 사이의 구체적인 근로관계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확인한 판결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