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린의 박성준 변호사는 한전 법무실에서만 약 4년 8개월간 근무한 산업 전문 변호사다. 한전에 근무할 때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에 관여하고, 밀양 송전선로 건설사업과 입찰시스템 전산조작 사건 등에 대응했으며, 다시 개업변호사가 되어서도 공공계약, 전력거래와 에너지 등 산업 관련 사건을 많이 다룬다. 그런 그가 최근 매우 의미 있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인 '타다 프리미엄'에 참여한 택시기사들을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제명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인데,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서비스 중 하나인 타다 서비스에 대한 또 하나의 긍정적인 접근이 밑바탕에 깔린 의미 있는 판결이다.
개인택시 기사들 사이의 다툼
박 변호사는 "혁신적인 서비스, 4차산업 서비스를 놓고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의견으로 입장이 서로 갈릴 수 있는데, 반대한다고 해서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조합에서 제명하는 등 일방적으로 배척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억누르지 말라는 취지의 판결"이라며 "이번 사건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와의 분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개인택시 기사들, 근로자들 사이의 다툼이라는 점에서도 따져볼 대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먼저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지역의 개인택시사업자들이 가입하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2019년 4월 13일 타다 프리미엄에 대한 참여를 거부하기로 결의했으나, 서울지역에서 개인택시사업을 영위하는 김 모씨 등 조합원 12명이 6월 17일 조합에 타다 프리미엄 참여를 위한 사업계획변경인가 신청서와 운임변경 신고서를 제출하자 6월 27일 위 신청서 등을 모두 반려하고, 김씨 등에게 타다 프리미엄 참여신청을 철회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특히 위 공문에서 타다 프리미엄 참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징계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고지했다. 그러나 김씨 등이 7월 2일 서울시에 직접 사업계획변경인가 신청서 등을 제출하여 서울시가 김씨 등의 사업계획변경을 인가하고, 운임변경 신고를 수리하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2019년 8월 29일자로 김씨 등 9명은 제명하고, 3명에게는 자격정지 1년의 징계처분을 내린 사건이다. 김씨 등은 박 변호사를 찾아와 조합을 상대로 "조합원 제명과 자격정지 1년 처분은 무효"라며 이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2019가합110559)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원고들은 몇십년간 개인택시 영업을 해온 개인택시 기사들로 나이도 굉장히 많고, 계속해서 도로에 대기하며 운행해야 하는 개인택시 영업을 유지하는 것이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예약제로 운영되는 타다 프리미엄에 참여하려 한 것인데, 조합의 징계처분은 사적결사체인 조합의 구성원에 대한 통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생각했다"고 약 1년 전인 지난해 8월 소송을 낼 때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또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면 조합원으로서 가입할 수 있었던 대인 · 대물보험이나 자차 · 자손보상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현실적인 불이익이 있는데다 제명 등 징계처분을 그대로 놓아두어선 안 된다는 명예감에서 원고들이 소송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원고들 명예감에서 소송 결심
재판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재판장 유영현 부장판사)는 박 변호사의 주장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였다. 6월 11일 선고한 판결을 통해, 제명처분 후에도 원고들이 개인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 가입 제한과 조합원으로서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 조합 공동시설 이용권 등을 향유하지 못하는 등의 손해를 입게 되는바 제명처분을 통해 영구적으로 위와 같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원고들의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제명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 무효라고 판시했다. 제명처분은 그 본질상 회원의 의사에 반하여 회원의 지위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해당 회원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의 목적 달성이 어렵게 되거나 피고의 이익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된다고 해야 하는데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의 속성을 들어 제명처분이 무효라는 판단을 제시해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택시면허 소유자 대상 파트너 모집
재판부는 "VCNC에서 운영하는 '타다 베이직'은 (VCNC의 모회사인) 쏘카 소유의 11인승 카니발 승합차의 임차와 운전자 알선을 결합하여 승객에게 제공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으로서, 기존에 개인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던 피고의 조합원들은 '타다 베이직'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을 표시하여 왔으나, VCNC에서 운영하는 '타다 프리미엄'의 경우 택시면허 소유자를 파트너로 모집하여 '타다' 앱을 통한 고객의 호출에 따라 고급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타다 베이직'과 달리 이미 영업 중이던 카카오 블랙 등 앱을 이용한 택시 호출 서비스와 구조면에서 다르지 않고, 택시면허 소유자를 대상으로 파트너를 모집하므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반될 여지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VCNC는 지난 3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4월 11일부터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만 운영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만,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은 3명의 원고에 대해서는 "징계재량권을 준수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성준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곧 자격정지 1년의 징계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에 항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산업은 하나의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봐요. 관련 서비스가 불법이라면 물론 법적인 제재 등을 가할 수 있고 그래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다음에야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행정법 석사이기도 한 박 변호사는 다시 한 번 모빌리티 등 혁신서비스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