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월 9일 2017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홍익대 사무처 등에 들어가 연좌농성을 벌여 업무방해와 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 조직차장 김 모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18524)에서 김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서경지부 홍익대 분회장 박 모씨는 벌금 300만원의 집행유예 1년, 서경지부 소속 조합원 조 모씨는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가 각각 확정됐다. 서경지부는 서울 지역 대학 및 빌딩의 미화, 보완, 시설관리 직종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김씨 등은 홍익대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청소, 경비 용역을 제공하는 업체가 서경지부 소속 조합원들의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 것이 홍익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2017년 7월 21일 오후 1시 30분쯤 서경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홍익대 문헌관 사무처에 들어가 '홍익대가 사장이니 우리 임금을 해결해 달라'는 구호를 제창하며 연좌농성을 하고, 같은 날 오후 4시쯤에는 사무처장에 들어가 사무처장인 전 모씨에게 홍익대가 직접 임금교섭에 임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라고 요구하는 등 소란을 피우고 교직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오후 10시까지 나가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 등은 또 한 달 후인 8월 22일 오전 11시 15분쯤 홍익대 체육관 앞에서, 체육관 내에서 거행된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마치고 총장실로 돌아가려는 총장의 앞을 가로막고 총장을 에워싼 채 밀고 당기며 "진짜 사장 홍익대가 우리 문제를 해결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확성기를 이용하여 고음의 사이렌 소리를 내는 등 총장이 교직원들에 의해 근처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피신할 때까지 약 20분간 소란을 피운 혐의로도 기소됐다.
김씨 등은 "홍익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에 해당하고, 사용자인 홍익대는 우리들의 쟁의행위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며 "2017년 7월 21일자 행위는 수인의무 내에 있는 행위로서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지 않고,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 김씨, 박씨 등이 사무처장 전씨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전씨의 사무실에 들어간 사실, 피고인들을 포함한 수십 명의 조합원들이 장시간 사무처가 있는 건물의 로비, 사무처 사무실 및 사무처장실의 일부를 차지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으로 사무처장 및 사무처 직원들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업무방해 및 공동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어 정당행위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인 측은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 개방된 문헌관 로비 등을 점거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사무처장 전씨의 사전 허락을 받지 않고 전씨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전씨가 근무하는 사무처장실을 점거하고, 전씨를 사실상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였던 점, 피고인 측은 인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전씨를 단순히 면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씨로부터 '다른 대학도 임금인상이 되었으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후에도 총 약 8시간 30분 가량 사무처 사무실과 사무처장실을 계속 점거하면서 전씨에게 일방적으로 민주노총과 협의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 서명을 계속적으로 요구하였던 점, 60~70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이 사무처 사무실과 사무처장실을 점거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확성기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으며, 사무처장에게 합의서 서명을 요구하며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사무처장이나 직원들은 상당한 정도의 위압감,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업무처리에도 지장이 초래되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피고인 측의 쟁의행위는 홍익대 측의 재산권 등 권리 내지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행하여졌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인용,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또 "일반 조합원으로서 사무처 사무실 및 사무처장실에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김씨, 박씨와 공동하여 범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조합원들이 사무처 사무실이나 사무처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같은 조사에서 '자신은 사무처 안에 앉아 있을 장소가 없어서 사무처 안으로 못 들어간 것이'고 진술한 사실 및 그 외 당시 상황에 관한 관계자들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조씨는 당시 조합원들이 사무처 사무실과 사무처장실을 점거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는 부르는 등의 행위를 하였던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점, 이 사건 당일 이루어진 조합원들의 행위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공모의 범위 내에 있고,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내용을 모두 인식하고 있었던 피고인 조씨도 다른 조합원들과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에 따라 쟁의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 조씨와 피고인 김씨, 박씨 사이의 공모관계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17. 7. 21.자 범행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 업무방해죄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죄의 성립, 공모공동정범,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