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개인택시를 운영했으나 본인은 아무런 직업이 없는 여성이 상해나 질병 입원 시 일당을 보장하는 입원일당 보험 11개를 포함하여 모두 36개의 보험에 가입해 식도염 등으로 장기 입원을 해 5억 3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대법원은 보험사고를 빙자하여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하기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3월 12일 한화손해보험이 "보험계약이 무효이니 지급한 보험금 2439만원을 반환하라"며 이 모(여)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90129)에서 이같이 판시, 한화손보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정창환 변호사가 한화손보를 대리했다.
이씨는 2005년경부터 2016년경까지 11년간 15개 보험회사와 36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이중 상해나 질병으로 인한 입원일당이 보장되는 보험이 2009년 11월 27일 한화손보와 맺은 보험을 포함해 11건에 달했다. 한화손보와 맺은 보험엔 이씨를 피보험자로 하여 상해나 질병 입원 시 일당 3만원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494일 동안 통원치료나 단기간의 입원치료를 통해서도 치료할 수 있는 '식도염, 식이운동이상증, 위궤양' 등의 병명으로 입 · 퇴원을 반복하면서 230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다음 한화손보로부터 보험금 2439만원을 지급받았으며, 이를 포함하여 2005년 2월 4일부터 2011년 3월 4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11건의 입원일당 보험을 통하여 5억 3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한화손보가 "이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니 보험계약은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라며 소송을 냈으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하자 한화손보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피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36건의 보험 중 이 사건 소송계속 중일 때까지 유지되던 보험의 월 납입 보험료가 1,533,216원이고, 그 중 상해나 질병으로 인한 입원일당이 보장되는 보험(입원일당 보험)의 월 납입 보험료만도 (7건) 367,916원에 이르며, 그 외에도 피고의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의 수도 수십 건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로 인한 월 납입 보험료도 고액이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면 피고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한화손보와) 보험계약 체결 무렵에는 아무런 직업이 없었다"며 "피고의 남편이 택시기사로 일하였으나, 그로 인한 수입을 알 수 있는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피고가 자신의 경제적 사정에 비추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하여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는 암자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수입의 발생 여부 및 액수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는 2005. 2. 4.부터 2011. 3. 4. 사이에 통상적으로 보험금 부정취득의 주된 유인이 되는 입원일당 보험을 보험사를 달리하여 11건이나 체결하였고, 특히 피고는 2009. 11. 27.부터 2011. 3. 4.까지 약 1년 4개월 사이에 (한화손보와 맺은) 보험을 포함하여 7건의 입원일당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하였는데, 피고가 이와 같이 단기간 내에 다수의 입원일당 보험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의 재산상태,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전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순수하게 생명 · 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험사고를 빙자하여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에는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는 2014. 12. 26.부터 2016. 5. 2.까지의 494일 동안 통원치료나 단기간의 입원치료를 통해서도 치료할 수 있는 '식도염, 식이운동이상증, 위궤양' 등의 병명으로 입 · 퇴원을 반복하면서 230일의 장기간 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다음 이를 보험사고로 주장하여 원고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 위와 같은 입원병명, 치료내역 등을 통상적인 경우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입원횟수와 입원기간은 상당히 잦고 길다"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