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11월 제시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 기준에 따라 무죄가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2월 13일 현역입영 통지를 받고도 정해진 입영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박 모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9651)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다수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과거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해 왔으나, 2018년 11월 1일 선고한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새로운 판례를 정립했다. 또 이 판결에서 "진정한 양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6년 11월 9일 전남 보성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같은 해 12월 12일 충남 논산시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입대하라는 현역입영 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송달받았으나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 선고된 1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무죄로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인 2019년 6월 판결을 선고하면서, 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와 판단기준에 따라 심리한 결과 '박씨는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였다'고 판단하고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에 따르면, 박씨는 어렸을 때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의 영향을 받아 성서를 공부했고, 2010년 8월 침례를 받아 정식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어 그 신앙에 따라 생활해 왔다. 박씨는 침례를 받은 이후 현재 교회 성원으로서 정기적으로 집회에 참석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전도 및 봉사 활동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종교 활동을 하고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박씨는 입영통지를 받고 병무청에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양심에 따라 입영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병무청에 보내는 통지문'과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했으며, 박씨의 생활기록부에는 박씨의 성품에 관하여 '교우관계가 원만하며 리더십이 강하고 정의로운 학생으로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와 달리 박씨가 성장 과정에서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박씨는 또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을 것이다'(이사야 2장 4절),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십시오'(마태복음 22장 29절) 등 성서 구절의 영향을 받아 살상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의 종교적 신념 내지 양심의 자유에 반하여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항소심에서 일관되게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순수한 민간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면 이를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박씨는 향후 2019년 12월 31일 신설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체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