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 숍(union shop) 협정이 맺어진 사업장에서 새로 입사한 근로자가 유니온숍을 체결한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소수 노조에 이미 가입한 경우 지배적 노조에 가입하거나 탈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유니온 숍 협정을 들어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김재형)는 11월 28일 제주도에 있는 버스회사인 금남여객운수가 "소수 노조에 가입한 이 모씨 등 버스운전기사 3명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두47377)에서 이같이 판시, 금남여객운수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제주도에서 상시 약 26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여객운송업을 하는 금남여객운수는 사업장의 유일한 노조이던 제주지역 자동차노조와 2016년 3월 '승무원직 근로자 이외의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채용과 동시에 자동으로 조합원이 되고, 금남여객운수는 조합원에 한하여 근무시킨다. 금남여객운수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를 면직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유니온 숍 조항을 포함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금남여객운수 근로자는 총 72명이었고, 그중 운전기사 64명은 모두 제주지역 자동차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던 중 전국운수산업 민주버스노조가 2017년 12월 금남여객운수 사업장에 금남여객지회를 설립해 사업장 안에 복수의 노조가 존재하게 됐다. 하지만 제주지역 자동차노조는 여전이 근로자 2/3 이상 조합원이 가입한 지배적 노조이었다. 그런데 2017년 8월 입사한 이씨 등 3명이 금남여객지회가 설립될 무렵 지배적 노조인 제주지역 자동차노조에 가입하거나 탈퇴하는 절차 없이 곧바로 금남여객지회에 가입하자 회사가 유니온 숍 협정에 따라 이씨 등을 해고했다. 이에 이씨 등이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 중노위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하자 금남여객운수가 소송을 낸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신규로 입사한 이씨 등이 지배적 노조에 가입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소수 노조에 가입한 경우 사용자인 원고가 유니온 숍 협정에 따라 이씨 등을 적법, 유효하게 해고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근로자에게는 단결권 행사를 위해 가입할 노동조합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고, 나아가 근로자가 지배적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그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사용자로 하여금 그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유니온 숍 협정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지배적 노조가 가진 단결권과 마찬가지로 유니온 숍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노조의 단결권도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유니온 숍 협정이 가진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배적 노조가 체결한 유니온 숍 협정은 사용자를 매개로 한 해고의 위협을 통해 지배적 노조에 가입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그 허용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근로자의 노조 선택의 자유 및 지배적 노조가 아닌 노조의 단결권이 침해되는 경우에까지 지배적 노조가 사용자와 체결한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고,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은 근로자의 노조 선택의 자유 및 지배적 노조가 아닌 노조의 단결권이 영향을 받지 아니하는 근로자, 즉 어느 노조에도 가입하지 아니한 근로자에게만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며 "따라서 신규로 입사한 근로자가 노조 선택의 자유를 행사하여 지배적 노조가 아닌 노조에 이미 가입한 경우에는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이 해당 근로자에게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고, 비록 지배적 노조에 대한 가입 및 탈퇴 절차를 별도로 경유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유니온 숍 협정을 들어 신규 입사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서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유니온 숍 협정에 따라 이루어진 (이씨 등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