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한 집회 · 시위라도 단순 참가자는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중대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거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여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3부(김재형 대법관)는 9월 10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외순(47)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사무처장에 대한 상고심(2019도9446)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2015년 11월 14일 오후 4시 47분쯤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하여 다른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에 있는 보신각 앞 도로에서 양방향 전 차로를 점거하면서 행진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6조 1항과 그 입법 취지에 비추어 적법한 신고를 마치고 도로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경우 도로의 교통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 집회 또는 시위가 신고된 범위 내에서 행해졌거나 신고된 내용과 다소 다르게 행해졌어도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도로의 교통이 방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으나, 그 집회 또는 시위가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시법 12조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그 참가자가 위와 같이 신고된 범위의 현저한 일탈 또는 조건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거나, 그렇지 아니할 경우에는 그 참가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 등에 비추어 그 참가자에게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집회와 시위를 앞두고 다수의 단체가 서울지방경찰청에 종로구 일대에서의 옥외집회(시위, 행진)신고서를 제출하고, 일부 단체는 도로에서의 행진을 신고하였으나 서울지방경찰청이 이 신고에 관하여 금지통고를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신고범위나 (서울지방경찰청의) 금지통고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나아가 집회와 시위가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데에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거나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진다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