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기사의 가동연한을 60세보다 높게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올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나온 개별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상향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어 주목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4월 3일 정비업체에서 레미콘 차량을 수리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눈을 다친 레미콘 기사 이 모(사고 당시 50세)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자동차 정비업자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다291958)에서 이같이 판시, 이씨의 가동연한을 60세로 인정해 519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씨는 2015년 11월 23일경 용인시 기흥구에서 자동차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A씨에게 레미콘 차량의 에어호스 수리를 의뢰했다가, A씨의 과실로 튕겨 나온 에어호스에 오른쪽 눈을 맞아 영구적인 시력 장해를 입자 소송을 냈다. A씨가 에어호스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에어호스의 너트를 풀자 압력에 의하여 에어호스가 튕겨나가면서 A씨 근처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A씨의 오른쪽 눈을 친 것이다.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 보았던 종전의 경험칙은 그 기초가 된 경험적 사실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며 "경험칙의 기초가 되는 제반 사정들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원고의 가동연한을 새로이 도출된 경험칙상 가동연한과 달리 인정할 만한 특별한 구체적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하여, 그 가동연한을 정하였어야 함에도 그에 이르지 아니한 채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원고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한 원심에는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월 21일 "우리나라의 사회적 ·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 · 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 · 개선됨에 따라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이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하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2018다248909)"고 판시,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이 사고로 인해 노동능력을 일부 상실한 이씨의 일실수입을 산정하면서 이씨가 만 60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는 이씨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씨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보아 건설기계운전사의 1일 노임단가 130,411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또 이씨가 출입을 제한하는 취지의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작업장에 들어와 스스로 위험을 초래하였고, 작업 중이었던 피고는 이씨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씨의 과실비율을 40%로 인정하는 한편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현근택, 김명주 변호사가 상고심에서 이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