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의 피고인이 증거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증거에 대한 동의를 취소 · 철회할 수 있으나, 증거조사가 완료된 뒤에는 취소나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증거능력이 상실되지 않고 그대로 인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3월 28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모(49)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3685)에서 이같이 판시하며 김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6년 4월부터 2009년 11월경까지 F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김씨는 2008년 9월 K변호사로부터 F사에 대한 파산채권 관련 담보 반환금과 또 다른 파산채권의 배당금 중 F사의 지분 50% 상당액의 합계액인 1억 2360여만원을 받아 업무상 보관하던 중 개인 소유 자금인 것처럼 변호사 보수 대지급, 미지급 임금 대납 등을 이유로 한 F사에 대한 대표이사 가수금 채권 명목으로 입금하여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기소됐다. 또 2011년 6월 파산채권의 2차 배당금 중 F사 지분 50% 상당액인 2350만원을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한, 사건 관련자들의 대화 녹취록과 2008년 9월 29일자 정산서 등을 증거로 채택해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이 정산서는 파산채권의 귀속과 배당금 지급 · 정산 등에 관한 내용으로, 김씨의 자필 서명 · 무인이 있었다. 그러나 김씨가 녹취록과 정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318조 1항은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 또는 물건은 진정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진정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법을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증거 동의가 있는 서류 또는 물건은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진정한 것으로 인정하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증거 동의의 의사표시는 증거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취소 또는 철회할 수 있으나, 일단 증거조사가 완료된 뒤에는 취소 또는 철회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취소 또는 철회 전에 취득한 증거능력은 상실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검사가 증거로 신청한 서류들 중 대화 녹취록과 피고인이 서명 · 무인한 2008. 9. 29.자 정산서에 대하여 피고인은 1심 1회 공판기일과 5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각각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고, 1심이 9회 공판기일에서 이 각 증거들에 대하여 증거조사를 마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각 증거들은 형사소송법 318조 1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며 "녹취록과 정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 307조 1항, 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그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증거의 취사선택 및 평가와 이를 토대로 한 사실의 인정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고 상고법원도 이에 기속된다"고 지적하고, "원심이 공소사실 중 F사에 대한 업무상횡령과 횡령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