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교섭대표노조에만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고,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한 것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어 소수노조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8월 30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인 한국노총 산하 대전지역버스노조에만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고,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한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니 손해를 배상하라"며 대전지역 7개 버스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다218642)에서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고 근로시간 면제도 인정하지 않은 4개 회사는 각각 1000만원, 노조 사무실은 제공했으나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나머지 3개사는 각각 5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노조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조 사무실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단체협약 등에 따라 교섭대표노조에게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조 사무실을 제공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에게도 반드시 일률적이거나 비례적이지는 않더라도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노조 사무실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이와 달리 교섭대표노조에게는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에게는 물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노조 사무실을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회사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하여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을 인용,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인 피고들이 교섭대표노조에게만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교섭대표노조와 다른 노조를 차별한 것으로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피고들이 교섭창구 단일화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교섭대표노조에게만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면서 원고에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원고가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였음에도 피고들이 합의를 체결하면서 원고의 근로시간 면제에 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원고를 차별한 것이어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에 앞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에서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소수노조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고(29조의4 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016년 대전지역 7개 버스회사가 교섭대표노조인 대전지역버스노조에게만 사무실을 제공하고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한 것은 노동조합법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이로 인해 노조활동이 위축되고 단결권이 침해되었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은 "버스회사들의 행위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를 차별한 것으로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원고 분회는 교섭력이나 단결력이 약화되는 무형의 손실을 입게 되었다"며 각각 500만∼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