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가입자 수 유지를 위해 고객의 동의 없이 회사가 요금을 부담하며 이용정지 상태의 선불폰(요금을 미리 내고 쓰는 휴대전화)을 임의로 부활충전했다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7월 11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SK텔레콤 등에 대한 상고심(2016도10102)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 SK텔레콤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SK텔레콤 특수마케팅팀 팀장으로 근무하며 선불폰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위 모(54), 박 모(54)씨도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수수료를 받고 선불폰에 충전을 해 준 위탁대리점주 4명은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인용, "피고인들이 SK텔레콤 선불이동전화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들 중 번호유지기간에 있는 이용자들의 선불이동전화에 피고인 회사의 비용으로 선불요금을 임의로 충전하기 위해 해당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것은 가입 당시 이용자들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를 동의받은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정보통신망법 24조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자로부터 동의받은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SK텔레콤은 2010년 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선불폰 위탁대리점 4곳과 공모해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고객의 동의 없이 이용하여 이용정지 상태인 선불폰에 회사 비용으로 약 87만 차례 임의로 요금을 충전(부활충전)해 가입상태를 유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엔 12회 이상 중복 충전한 경우도 있어 피해 고객 수는 충전 횟수보다는 적다. 선불폰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후불폰과 달리 선불카드처럼 요금을 미리 내고 쓰는 휴대전화로, 선불요금이 소진되거나 선불금액에 따라 정해진 사용기간이 만료되면 일시정지 상태가 되고 그 이후 이용자가 선불요금을 충전하지 않고 90일의 번호유지기간을 경과하면 이용계약이 자동 해지된다. 위탁대리점들은 SK텔레콤으로부터 충전 1건당 1만 2800원 상당의 충전수수료를 지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0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후발 주자인 LG U+, KT 등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별정통신사들이 저렴한 통신료 등을 바탕으로 이동통신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가입자 모집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입자 모집 경쟁 과정에서 행정관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기도 하여 정상적인 이동전화 가입자 모집을 통해 이동통신시장의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이런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SK텔레콤 측은 항소심에서 "부활충전은 선불폰 이용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고, 설령 부활충전이 선불폰 이용계약의 본질적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새로운 청약행위 또는 광고 등 마케팅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동의는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동의 받은 목적 외의 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용자는 자발적으로 다시 선불요금을 충전하지 않는 이상 선불폰을 추가로 사용하지 않고 번호유지기간의 경과로 선불폰 이용계약이 자동 해지되도록 할 의사와 아울러 피고인 회사에서 보유 중인 개인정보 역시 삭제될 것이라는 인식과 기대를 가졌을 것"이라며 "이와 같이 이용자가 번호유지기간의 경과로 자동 해지를 신뢰하고 있었음에도 피고인들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임의로 충전을 하고 개인정보를 계속 보유한다면 이는 이용자의 의사에 반하여 선불폰 이용계약을 연장하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부활충전으로 인해 이용자는 충전된 선불요금만큼 자신의 비용 지출 없이 선불폰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이익이 형식적으로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용자들이 부활충전 사실을 알 수 없어 무상이용의 이익을 누릴 여지는 거의 없었다고 보이는 반면, 부활충전이 이루어진 결과 선불폰 이용계약이 연장되어 피고인 회사의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늘어나게 되는바 이는 그 자체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해당하고, 보유기간의 연장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 높아지며, 이용자가 사용기간 만료 후 해지될 것으로 믿고 선불폰을 방치하였는데 부활충전으로 이용가능한 상태가 됨에 따라 제3자가 이를 무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으므로, 무상이라는 사정만으로 이용자에게 반드시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앤장이 항소심부터 SK텔레콤 등 피고인들을 변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