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비핵화와 남북교류협력 활성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이 채택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2차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 재개 논의로 앞으로도 녹록치 않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찌되었건 남북관계 및 한반도의 정세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이 비핵화 프로그램을 토대로 개혁 · 개방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미국은 물론 다양한 국제금융기구의 자금과 국내 정책금융을 필두로 민간금융기관의 북한 진출과 투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中 등과 합영은행 허용
한편 북한은 2007년에 상업은행법을 제정한 바 있는데, 그보다 훨씬 앞선 1993년에 외국투자은행법을 제정하여 중국, 조총련, 홍콩, 영국 등과의 합영은행을 허용한 바 있다. 그만큼 자체적인 금융산업 육성이 불가능하였고, 외국 자본과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경우 1997년 경수로사업 지원을 위해 구 외환은행이 함경남도 신포시에 금호출장소를, 2004년 개성공단에 우리은행이 지점을 개설한 바 있고, 2006년에는 농협은행이 금강산 지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개혁 · 개방 초기에는 상업금융과 SOC를 중심으로 한 투자금융이 주를 이루겠지만, 북한의 경제체제가 시장경제로 변화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경우 북한에서의 자본시장 도입에 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과거 경제개발과 자본시장 발전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자본시장은 기업에 직접적인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은 물론 국영기업이나 공기업의 IPO를 통해 그 성장과실을 국민주 형태로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기제로도 활용되었다. 또한 지하경제나 사금고, 음성적인 금융거래를 양성화하는 데에도 일정한 기여를 하였다.
참여 국가간 경쟁 치열 예상
북한의 경우에도 이러한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설계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에 남한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미얀마 자본시장의 경우 일본이 막대한 차관 탕감을 제시하여 동경거래소와 다이와증권이 주도하고 있고, 최근 동남아에서 중국이 자본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자본시장 개설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가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경우 한국거래소가 베트남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에 증권거래시스템을 수출한 경험과 캄보디아, 라오스에서의 합작거래소 설립 및 운영 경험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KDI의 KSP나 KOICA의 DEEP와 같은 ODA 사업 관점에서도 북한 자본시장 개설 및 육성 계획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행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hglee@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