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특혜 아닌 대안 마련 요구"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대한변협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찬성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심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판결이 잇따라 선고됐다.의정부지법 권기백 판사는 11월 1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7고단3631)
권 판사는 "피고인은 절대적이고도 진지한 종교적 양심의 결정에 따라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88조 1항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권 판사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병역법 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비례적으로 가장 잘 조화되고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을 찾도록 해석하여야 하는데,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배제한다면 피고인에 대한 병역의무는 완전히 이행하도록 하는 대신 피고인에게 보장된 양심의 자유는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되고 마는 반면,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하더라도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병역의무의 완전한 면제나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도저히 자신의 종교의 교리상 집총병역 훈련을 이행할 수 없으니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인데, 대체복무 등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존재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민주국가들이 그 대안을 마련해 갈등관계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헌법적 가치들을 상호 조화적으로 해석하고 병역법 88조 1항을 합헌적으로 해석한다면, 정당한 사유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권 판사의 판단이다.
권 판사는 "헌법과 병역법의 규범조화적 해석, 소수자 보호의 원칙에 따른 법률 해석 등에 따르면, 종교적 양심에 따른 군사훈련 거부는 병역법 88조 1항에서 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이 사건과 같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이 여러 차례 유죄의견을 밝혔음에도 하급심에서 무죄판결이 끊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고 판시했다.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인 A씨는 지난 6월 29일경 남양주시에 있는 자기 아파트에서 같은해 7월 13일 사회복무요원으로 육군훈련소의 소집에 응하라는 사회복무요원 소집통지서를 수령하였으나, 자신의 종교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소집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소집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A씨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집총훈련이 포함된 사회복무요원 군사교육 소집에는 응할 수 없고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된다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했다.
권 판사는 이에 앞서 11월 9일에도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같은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2017고단3454)
현역병 입영대상자인 B씨는 지난 5월 31일 남양주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를 통하여 6월 26일 육군 제12보병사단으로 입영하라는 현역입영통지서를 수령하였으나, 종교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권 판사는 "지금까지 국가는 종교적 양심의 결정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피고인과 같은 사람들의 요청을 소수자라는 이유로 무시한 채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인 형벌을 가하여 왔는데, 국가가 나서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갈등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우리 헌법 10조에 따른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보장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고, 다수가 다원주의, 관용, 그리고 포용력을 요소로 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외면한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는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리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해석하는 것이 사법권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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