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토양오염 유발 소유자, 전전매수자에게도 배상책임 져야"
[손배] "토양오염 유발 소유자, 전전매수자에게도 배상책임 져야"
  • 기사출고 2016.05.2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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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불법행위 성립"'오염 유발' 세아베스틸에 책임 인정
소유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후 팔면 매매 상대방뿐만 아니라 전전매수자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은 5월 19일 프라임개발이 "오염토양 정화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을 배상하라"며 세아베스틸과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09다66549)에서 "세아베스틸은 46억여원, 기아차는 이 중 23억여원에 대해 세아베스틸과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은 특히 오염 유발자인 세아베스틸에 대해서는 타인 소유인 시 · 공유지에도 오염토양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러 시 · 공유지를 매수한 원고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판단 누락을 이유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되돌려보냈다. 세아베스틸의 책임 범위가 늘어냐야 한다는 취지다.(판결 전문 보기)

재판부는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 · 유출하거나 투기 · 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하였음에도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오염토양이 포함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함으로써 유통되게 하거나,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였음에도 이를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해당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되게 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거래의 상대방 및 위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토지를 매수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오염토양 또는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지하까지 그 토지를 개발 · 사용하게 된 경우 등과 같이 자신의 토지소유권을 완전하게 행사하기 위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거나 구 토양환경보전법에 의하여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조치명령 등을 받음에 따라 마찬가지의 상황에 이르렀다면 위법행위로 인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종전 토지 소유자는 그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달리, 자신의 소유 토지에 폐기물 등을 불법으로 매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그 토지를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2. 1. 11. 선고 99다16460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어 "세아베스틸은 자신의 귀책사유 있는 행위로 토양오염물질을 누출 · 유출하거나 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또한 폐기물이 불법으로 매립되게 한 자로서, 그 상태에서 부지를 매도하여 유통시킴으로써 그 사실을 모른 채 이를 전전 매수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로 하여금 사업을 위하여 오염토양 등을 정화 및 처리하는 데에 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 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원고가 입은 이러한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세아베스틸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일대의 3만 5011㎡에서 1973년부터 20년간 주물제조공장을 운영하면서 토양오염을 발생시켰다. 세아베스틸은 또 1993년경 공장 철거 과정에서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는 한편 같은해 12월경 이 부지 중 세아베스틸 소유인 3만 2244㎡의 2분의 1 지분씩을 (주)기산 및 기아차에 매도했다.

프라임개발은 토양오염 사실 등을 알지 못한 채 이 부지에 복합전자유통센터인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신축 · 분양할 계획을 가지고, 기산이 취득한 1/2 지분을 한국투자신탁과 엘지투자증권을 거쳐 2001년 12월경 매수했고, 나머지 1/2 지분을 기아차로부터 2002년 2월경 매수했으며, 이후 부지의 나머지 부분인 시 · 국유지 2767㎡도 매수했다. 그런데 그 후 부지의 토양오염 및 폐기물 매립 사실이 밝혀지자 오염토양 정화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 등 90억여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세아베스틸과 기아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기아차에 대하여만 매매 부지 중 1/2 지분 매도인으로서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 34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세아베스틸에 대하여도 토양오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 "세아베스틸은 46억여원, 기아차는 세아베스틸과 연대하여 이 중 2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원고에게도 땅을 살 때 오염 여부 등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 기아차에게 똑같은 책임을 인정했으나 배상액은 1심과 차이가 난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세아베스틸은 시 · 국유지가 포함된 이 사건 부지에 오염토양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였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세아베스틸이 타인의 소유인 시 · 공유지에 오염토양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한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세아베스틸이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세아베스틸의 손해배상액에서 시 · 국유지 부분의 오염토양 정화비용 및 폐기물 처리비용을 제외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원고의 세아베스틸에 대한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로월드가 프라임개발을 맡았고,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세아베스틸을, 김앤장이 기아차를 각각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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