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노태우 정부 실세 엄삼탁씨 유족, 600억원대 재산 되찾아
[민사] 노태우 정부 실세 엄삼탁씨 유족, 600억원대 재산 되찾아
  • 기사출고 2013.04.26 11: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명의신탁 약정 인정""형사 무죄받았어도 마찬가지"
노태우 정부 실세였던 고(故) 엄삼탁 전 국가안전기획부 기조실장의 유족이 600억원대 부동산 소유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3월 28일 엄씨의 부인 정 모(68)씨와 아들 두명이 "서울 역삼동의 18층 건물과 대지의 소유권을 넘기라"며 엄씨의 고교 선배이자 측근이었던 박 모(73)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1다82469)에서 박씨의 상고를 기각, "토지에 대해서는 박씨 앞으로의 이전등기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고, 건물에 대해서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원고들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권 모씨 등에게 275억 500만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던 엄씨는 지난 2000년 채권회수방안으로 권씨 등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역삼동의 대지 1128여m²와 그 지상에 신축 중인 미완성 건물을 285억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매매대금은 대여금 채권과 상계하고 나머지 9억 9500만원만 은행상환자금으로 지급하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엄씨가 편의상 토지의 소유 명의를 박씨에게 이전해 줄 것을 부탁, 박씨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 받았으며, 미완성 건물도 엄씨가 인수해 엄씨의 비용으로 완공했으나 편의상 박씨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러나 엄씨가 2008년 사망한 후 유족들이 박씨에게 토지와 건물의 반환을 요청했으나, 박씨가 "토지와 미완성 건물을 엄씨로부터 재차 매수해 토지에 대해 중간생략등기 방식으로 등기를 마쳤고, 건물도 나의 노력과 비용으로 건물을 완성해 소유권보존등기를 했다"며 반환을 거부하자 유족들이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법률관계가 원고들의 주장처럼 엄씨가 권씨 등으로부터 토지 및 미완성 건물을 매수하여 토지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한편 미완성 건물을 완성하여 이 역시 피고 앞으로 명의신탁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의 주장대로 피고가 엄씨로부터 토지와 미완성 건물을 재차 매수하여 중간생략등기 방식으로 토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건물을 자신의 비용과 노력으로 완성하여 그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것인지 여부.

항소심 재판부는 "미완성 건물이 완공되어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진 후 공사대금이 완제된 시점에서 피고는 매우 명확한 내용으로 이 사건 토지와 건물 모두의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각서와 확약서 등을 엄씨에게 교부하였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토지는 엄씨가 권씨 등으로부터 매수하여 피고에게 그 명의를 신탁하여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고, 매도인인 권씨 등도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권씨 등과 엄씨, 피고 사이에 3자간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마쳐진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 "건물도 엄씨가 토지와 미완성 건물을 피고에게 명의신탁한 후 건물의 추가 공사비용을 부담하여 완공한 사실이 넉넉히 추인되므로, 엄씨가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하였고, 건물에 관한 피고 명의 소유권보존등기의 권리추정력은 깨어졌다"고 판시, 피고는 권씨 등에게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건물은 엄씨 유족들에게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에 갈음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항소심 판단에 아무 잘못이 없다며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특히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나,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는 것이고, 더욱이 형사재판에서의 유죄판결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거능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입증이 있다는 의미인 반면, 무죄판결은 그러한 입증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도 아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사건의 관련 형사재판에서 피고가 엄씨로부터 명의신탁받은 토지와 건물의 반환을 거부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인정되나, 무죄의 형사판결이 확정되었다 하여 곧바로 그 반대사실이 인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 등이 없다는 것이다.



원, 피고의 대리전도 다양하게 전개됐다. 1심에서 원고 측은 박효열, 김윤권 변호사 등이 대리하고, 피고 박씨는 법무법인 율촌이 맡았다. 2심에선 법무법인 바른이 원고들을, 피고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율촌이 대리했다. 그러나 2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내려지자 피고 측은 상고심에서 김앤장과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해 대응했고, 원고 측은 바른과 법무법인 태평양에 상고심을 맡겼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