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에 노동조합이 하나뿐이라고 하더라도 단체교섭 요구가 있으면, 회사는 그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11월 7일 상시 약 98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초중고 전문참고서와 교과서 등을 발행하는 A출판사가 "전국언론노동조합 A사 지부의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행위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4구합51431)에서 이같이 판시,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전국언론노조가 피고보조참가했다.
2022. 11. 29. 전국언론노조 A사 지부를 결성한 전국언론노조는 2023년 4월 17일 A사에게 2023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진행을 요구했으나, A사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따른 단체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조는 같은 해 5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A사에게 2023년 임금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것을 거듭 촉구했으나, A사는 마찬가지로 공고를 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조가 A사에게 단체교섭 요구를 할 당시 A사에 전국언론노조 외에 다른 노조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A사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시정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시정신청을 인용해 'A사는 초심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7일간 전국언론노조가 교섭 요구한 사실을 전체 사업장에 공고하라'고 명했다. 그러나 A사는 위 시정명령에도 따르지 않자 전국언론노조가 수차례에 걸친 요청에도 불구하고 교섭단체 단일화 절차를 개시하지 않으면서 단체교섭에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를 신청, 서울지노위와 중노위가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자 A사가 소송(2024구합51431)을 냈다.
A사는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2개 이상의 노조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원고에는 2개 이상의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원고가 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에서는 사용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제14조의2에 따라 교섭 요구를 받은 때에는 그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그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이러한 공고 제도가 하나의 사업장에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취지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에서 '제14조의2에 따라 교섭 요구를 받은 때'는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뿐 아니라, 단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교섭 요구가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만일 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가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할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본다면,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자의 주관적인 인식에 따라 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 여부가 좌우될 수 있게 되고, 이는 집단적 노동관계의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고, 사용자가 악용할 여지도 있어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며, 또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적법성이나 노동조합 대표자의 권한 등을 다투며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절차를 통해 교섭 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할 필요성도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할 때만 사용자에게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참가인으로부터 2023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진행을 요구받은 원고는 참가인의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원고는 참가인의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였고, 달리 사회통념상 원고의 단체교섭의무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정이 인정되지도 않으므로,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전국언론노조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