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환자가 대장내시경을 받다가 대장에 천공이 생긴 후 사망했다. 법원은 병원 측에 70%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울산지법 오규희 판사는 2월 27일 경남 창녕군에 있는 B내과의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다가 대장에 천공이 생긴 후 숨진 A(당시 73세)씨의 세 자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 병원 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2가단115449)에서 B씨의 책임을 70%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배변습관 변화로 B내과의원을 방문해 대장내시경을 받던 중 대장천공이 발생하자 곧바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어 복강경 봉합술 수술을 받고, 수술 직후 급성 합병증이 없이 퇴원했다. 그런데 수술 후 닷새 뒤부터 장폐색을 동반한 좌측 서혜부 탈장이 반복되고 흡인성 폐렴 등으로 악화되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같은 해 10월 11일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상 A씨의 사인은 '직접사인 상세불명의 패혈증, 그 원인으로 상세불명의 복막염'으로 진단되었고, 대장천공에 의한 복막염과 탈장 등으로 장폐색과 폐렴이 발생한 것으로 지적됐다.
오 판사는 "일반적으로 의료행위에 있어서 그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손해의 발생 및 주의의무의 위반과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는 이를 주장하는 환자 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이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의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다6851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A는 평소 고혈압과 위장약을 복용하는 외에는 특별한 질병이 없었던 점, 배변습관 변화로 B내과의원을 내원하게 되었으나 특별히 복통을 느끼지는 않았던 점, B내과의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 대장내시경 시술 중 천공이 발생하였다고 전원사유가 기재된 점, 진단 내시경의 경우 대장천공이 발생할 확률은 0.03%~0.8% 정도로 현저히 낮아 대장천공의 발생을 진단 내시경의 일반적인 합병증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A의 대장 내 발생한 천공은 B내과의원의 의료진이 내시경검사를 하면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의사로서 준수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따라서 "B내과의원의 운영자인 피고는 의료진의 과실로 A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오 판사는 다만, "A는 내시경검사 당시 73세의 고령이고 고혈압, 위장병 등 과거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경우 대장천공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환자였고, 일반적으로 대장천공이 발생하면 패혈증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고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의 경우 수술 후 패혈증의 빈도와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지적하고, "복막염이 패혈증과 사망의 단독 원인 또는 직접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패혈증의 발병까지 다른 요인들의 간섭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법무법인 성안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