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여러분 반갑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그 동안 법무행정을 훌륭하게 이끌어 오신 전임 정성진 장관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향 각지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해온 법무가족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책을 맡아 마음 한구석의 부담감을 지울 수 없었는데, 6년 만에 돌아온 저를 반갑게 맞아주는 여러분들을 대하고 보니 어떤 어려움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Ⅱ
법무 · 검찰 가족 여러분 !
세계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추어 전란의 상처를 비롯한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에 달성하고, 마침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단기 고속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정부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취약하고,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특히 사회일각의 법질서가 해이해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기 보다는 부정이나 반칙, 특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고, 법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본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이러한 그릇된 법문화는 사회적 비용을 무익하게 증가시키고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법질서 확립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경제살리기도 먼저 법질서 확립의 전제 없이는 그 실현이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 공공연히 법을 유린하는 것을 방관하거나 법을 크게 위반한 사람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법을 지키는 사람은 반드시 혜택을 받고 법을 어기는 사람은 반드시 불이익을 입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다수의 위력이나 폭력적 방법을 동원하여 의사를 관철하려는 불법집단행동은 법에 따라 단호히 조치되어야 합니다.
법적 판단 외의 사유로 미봉적이거나 온정적인 처리를 반복한다면 법질서의 확립은 결코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법무․검찰의 기본 사명인 ‘부정과 비리’를 근절하는 일입니다.
우리사회에 아직도 남아있는 부패를 뿌리뽑는데 머뭇거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부정과 비리는 건강한 사회를 좀 먹는 가장 큰 해악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9월 국제투명성기구(TI)는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가 세계 180개국 중 43위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우리 경제력 수준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실적입니다.
그 중에서도 공직부패나 탈세범죄 등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를 더욱 엄정하게 단속하고, 우리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회적 불신도 청산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각종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들을 잘 교화․관리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정책 및 출입국관리 등 법무행정 전반에 걸쳐 어느 누구도 사법양극화를 느끼지 않도록 따뜻한 법치주의의 실현과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약한 사람들을 법적 측면에서 보호하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오는 4월 9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그 동안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의 결과 선거문화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몇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도 금품선거의 잔재가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근거없는 비방과 폭로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금품선거, 불법 · 흑색선전, 공무원의 선거관여를 조기에 차단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깨끗하고 품격있는 축제의 마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부는 작년 4월부터 '법질서 바로세우기 운동'을 추진하여 공감대를 확산하는 성과를 거두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진화된 준법의식이 완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법질서 바로세우기 운동'을 더욱 내실있게 추진해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저는 이러한 모든 법무 · 검찰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원칙과 정도'가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칙과 정도'는 우리가 매사를 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잣대와 같은 것입니다.
일정하지 못한 잣대로 무언가를 재단하려 든다면 이것은 얼마나 허황되고 위험한 일이겠습니까
특히, 여러 주체나 집단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갈등이 심화될수록 그 문제를 풀기 위하여 우리가 의지해야 할 것은 바로 '원칙과 정도'입니다.
이런 기준이 사회갈등을 다루는 법무 · 검찰의 전영역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를테면 검찰의 사건 처리, 구속 및 양형 등 기타 중요 법무행정에 있어, 처리기준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일반 국민들도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를 예측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수긍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형사사법에 대한 불신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우리 헌법의 최고 이념임을 명심하고 이 이념을 실현하는 것이 법무 · 검찰의 가장 큰 소명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특정인에 대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무너지는 가운데 얻어지는 실체적 진실은 허무한 것입니다.
인권옹호가 법무 · 검찰의 또 하나의 중요한 사명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무부의 모든 구성원, 특히 젊은 검사들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인생의 문제를 잘 살펴보고 인생에 대한 성찰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특별히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법무행정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법무 · 검찰구성원 각자가 개인의 창의성을 강화하고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감으로써 새로운 법률문화를 창조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각종 법제도와 관행을 발굴하여 이를 정비하고, 국민들이 지킬 수 없는 불합리한 법령을 찾아 바로잡아 나감으로써 법이 국민들로부터 멀어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체질화하고 민원인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접근하여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 스스로의 문턱을 낮추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Ⅲ
사랑하는 법무가족 여러분!
저는 여러분과 다시 한번 일하게 된 것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법과 더불어 살아왔지만 법무행정의 수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업무에 대한 열정만은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감히 자부하고 있습니다.
또 그 동안 재야에서 법무행정을 보면서 국민이 법무 · 검찰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법무부가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하여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저의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이번 취임을 하늘이 주신 마지막 공직이자 국가와 사회에 대한 최후의 봉사의 기회로 알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또한, 장관으로서 여러분 한분 한분이 자긍심을 느끼며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우리나라가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가는 길을 닦아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창의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항시 말하기보다는 잘 들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국민의 소리와 선 · 후배와 동료들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면 법무 · 검찰은 생기가 넘치는 건강한 조직이 될 것이며, 국민들도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과 신뢰를 보내 줄 것입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 2.
법무부장관 김 경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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