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건강보조식품 대표의 '호전반응' 말에 계속 섭취했다가 결국 사망…판매사와 대표에게 50% 배상책임 인정
[손배] 건강보조식품 대표의 '호전반응' 말에 계속 섭취했다가 결국 사망…판매사와 대표에게 50% 배상책임 인정
  • 기사출고 2022.06.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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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고객 보호의무 위반"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체 대표가 제품을 섭취한 고객이 통증을 호소하는데도 '호전반응'이라며 안심시켰다가 제품을 계속 섭취한 고객이 결국 숨졌다. 대법원은 판매사와 대표에게 손해배상 연대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5월 26일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체인 B 주식회사의 대표 C씨의 권유로 B사의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해 먹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A(사망 당시 56세 · 여)씨의 남편과 아들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C씨와 B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2다211089)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들의 책임을 50% 인정해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1억 3,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효성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치료하고자 다수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온 A씨와 남편은 2018년 3월 22일 C씨로부터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듣고, 핵산을 가공하여 만든, B사가 판매하는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해 매일 섭취했으나, 한기가 들고 온몸이 아파 응급실까지 가는 상황이 되자 C씨에게 문의했다. C씨는 '호전반응의 시작인데 반응이 있다는 건 내 몸에 잘 듣고 있다는 뜻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잘 견뎌주세요'라면서 오한과 몸살이 호전반응이라고 설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이와 함께 '의사들의 과잉치료로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내용의 의사가 작성한 칼럼 전문을 문자메시지로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그러나 2018년 4월 6일경 혼자서 대소변을 해결하지 못하고 다리에 수포가 생긴 후 커지다가 터져 진물이 흘러나오는 상황에 처했다. A씨가 위 증상에 대해 문의하자 C씨는 '수포와 호전반응', '반드시 아파야 낫는다. 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증을 반가워하라'는 등의 글을 A씨에게 보내 호전반응이 실제로 나타난 것이라며 제품이 몸에 잘 듣고 있다는 뜻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거듭 안심시키고, 글의 저자가 의사임을 명시하여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A씨는 병원에 가서 진단과 치료를 받으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대해 '독소가 빠지느라 그런다. 더 버티겠다'며 C씨로부터 들은 것과 동일한 이유를 내세워 병원에 가지 않았다. A씨의 남편은 3월 22일 1인 기준 한 달 용량인 이 사건 제품 1박스를 최초 구매한 후 4월 9일까지 18일 동안 4박스를 더 구매했고, A씨는 기준보다 많은 양을 계속해서 섭취했다. A씨는 결국 4월 10일 119 구급대원에 의하여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같은날 괴사성근막염, 급성신우신염으로 인한 패혈증,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대법원은 먼저 "건강보조식품 판매자가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에는 건강보조식품의 치료 효과나 부작용 등 의학적 사항에 관하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고객이 이를 바탕으로 긴급한 진료를 중단하는 것과 같이 비합리적인 판단에 이르지 않도록 고객을 보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하고, "특히 난치병이나 만성 지병을 앓고 있는 고객에게 건강보조식품의 치료효과를 맹신하여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거나 고객의 상황에 비추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의학적 조언을 지속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인용, "의학지식이 없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자인 C가 A에게 발생한 위험한 증상을 건강보조식품 섭취에 따른 '호전반응'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지시키고, 그에 대한 진료가 불필요한 것처럼 글을 보내면서 A에게 계속 이 사건 제품을 판매한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로서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A가 괴사성근막염 등의 증상이 발생한 후 지체 없이 진단 · 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C의 보호의무 위반과 진단 · 치료 지연에 따른 A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C와 그 사용자인 B사는 연대하여 A와 그 가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는 '괴사성근막염의 증상이 발생한 후 지체 없이 진단 · 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나 건강상태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에 앞서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C는 A에 대하여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C의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위법한 행위로 인하여 A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C는 A와 그와 가족관계에 있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다만, 이 사건 제품의 섭취 그 자체로 A가 사망하였다거나 사망의 원인이 된 괴사성근막염과 급성신우신염을 유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A는 병원에 가보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건강보조식품 판매자에 불과한 C의 말을 그대로 신뢰하여 손해 확대 방지를 위한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A의 체질적 소인이 A의 증상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감안,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