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징계대상자 사망 불구 징계 후 홈페이지 게시…유족들에게 위자료 물라"
[손배] "징계대상자 사망 불구 징계 후 홈페이지 게시…유족들에게 위자료 물라"
  • 기사출고 2021.10.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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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지원] "유족 명예 · 추모감정 침해"

농협이 징계대상자인 조합장이 사망하였는데도 징계 절차를 계속 진행하여 징계 해당 처분을 하고, 징계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법원은 유족들의 명예감정 내지 추모감정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는 최근 강릉시에 있는 A농업협동조합이 조합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9월 숨진 조합장 B씨의 배우자와 자녀 2명을 상대로 "B씨가 조합 돈을 부당 사용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2020가합31701)과 B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B씨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은 위법하고, 위법한 징계 해당 처분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가족들에게 통지하기까지 하여 명예감정 내지는 추모감정을 침해했다"며 A농협을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2020가합31718)에서 "A농협은 B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1인당 100만원씩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농협은 경비 부당집행 등으로 2,700여만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2018년 12월 이사회에서 B씨에 대한 직무정지 6월의 징계 해당 처분과 변상 조치를 의결하고, 이사회 의결 3일 전 홈페이지에 경영 공시를 통해  징계 결과를 게시했다. 이어 징계 결과를 피고들에게 통보하고 B씨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피고들은 A농협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원고의 돈을 횡령하여 개인적으로 소비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들의 반소와 관련, "원고의 징계와 관련된 규정(회원조합 징계변상 업무처리준칙, 징계변상 내부 운용 기준)에도 퇴직자에 대하여는 징계량에 해당을 추가하여 징계요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지만, 재직 중 사망자에 대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고, 원고는 재직 중 사망자를 퇴직자와 동일하게 보아 B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하였으나, 사망자와 퇴직자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근거도 없다"고 지적하고, "결국 원고의 B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은 근거 규정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망자는 징계 절차에서 방어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고, 유족이 사망자의 방어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방어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징계 처분은 자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피고인이 사망하는 경우 법원은 공소기각의 결정(형사소송법 제328조)을 하고, 피의자가 사망하는 경우 검찰은 피의자에 대해 불기소 결정(공소권 없음)의 처분을 한다"며 "원고의 B씨에 대한 징계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0다10208 판결 등)을 인용, "제3자가 사망한 사람의 사회적 평가와 아울러 그 유족의 사회적 평가 내지 고인에 대한 명예감정, 추모감정을 침해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면, 위와 같은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제3자는 그 유족에 대하여 민법상의 책임이 있다"고 전제하고, "위와 같이 원고는 위법하게 B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을 하였고, 이를 원고의 홈페이지에 게시하였으며, B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을 의결하였음을 피고들에게 통보함으로써 피고들의 B에 대한 명예감정 내지는 추모감정을 침해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