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빌라 공사대금 못받아 유치권 행사 중 도어락 교체 무죄
[형사] 빌라 공사대금 못받아 유치권 행사 중 도어락 교체 무죄
  • 기사출고 2020.05.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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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정당행위…위법성 조각"

건설업자인 김 모(40)씨는 울산 중구에 있는 빌라를 시공한 H종합건설로부터 이 빌라의 습식공사 등을 하도급받아 시공하였으나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H종합건설 부사장으로부터 이 빌라 302호의 점유를 이전받은 후, 2018년 3월 중순경부터 3월 28일 사이에 이 302호에 옷가지와 행거 등을 갖다 놓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하였다. H종합건설 대표는 이에 앞서 이 빌라를 시공하여 공사를 마쳤으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준공 직후인 2017년 10월경 빌라 각 호실에 도어락을 설치하고 점유를 개시하였고, 2017년 12월경 빌라의 실질적인 건축주이자 소유자인 서 모씨와 빌라의 유치권은 자신이 책임지기로 하고 각 호실을 팔아 매각대금을 나누기로 합의했다. H종합건설 대표는 빌라 각 호실의 매도를 위하여 비밀번호를 서씨와 공유하였고 2018년 3월경까지 도어락 문제로 인한 분쟁은 없었다.

그러나 이후 이 빌라의 매수희망자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부동산업자가 빌라 302호를 비어있는 호실로 알고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김씨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해 놓은 탓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2018년 4월 11일 무렵 H종합건설 대표에게 새로운 비밀번호를 전해 듣고 들어가 서씨의 부탁으로 김씨가 가져다 놓은 행거와 옷가지를 내다 놓고 도어락을 교체하였다. 이에 김씨가 도어락이 교체되어 302호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H종합건설 대표의 동의를 얻어 H종합건설 직원의 입회 아래 다시 도어락을 교체하고 들어갔다가 건조물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다.

울산지법 정현수 판사는 그러나 4월 10일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정367).

정 판사는 "피고인은 빌라 302호의 공동점유자인 H종합건설 대표로부터 이 빌라의 점유를 적법하게 이전받았고, 그후 2018. 1. 22.부로 이 빌라 302호에 도시가스 사용신청을 하는 한편, 2018. 3. 중순경부터 2018. 3. 28. 사이에 옷가지와 행거 등을 갖다 놓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하여 독점적인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빌라 302호와 관련된 공사대금채권이 있으므로, 위와 같이 점유를 개시하여 유치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2018. 4. 11. 무렵 이 빌라 302호에 가져다 놓은 물건이 반출되고 도어락이 교체되었는바, 이는 피고인이 이 빌라 302호에 관한 정당한 점유를 침탈당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결론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가 설치한 도어락을 손괴한 행위는 점유의 침탈이라는 부당한 침해를 배제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실이던 빌라 302호의 도어락 손괴와 건조물 침입은 침해된 피고인의 이익에 비추어 그 피해 정도가 무겁지 아니하며 피해자는 이 빌라의 공사업자에 의한 유치권 행사를 위한 점유를 알고 있었다"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점유를 되찾기 위하여 피해자의 잠금장치를 손괴하고 빌라 302호에 들어간 행위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정 판사는 따라서 "공소사실은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로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2018. 4. 11. 무렵 도어락이 교체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와 같이 빌라 302호의 도어락이 교체된 것을 알고, 점유를 이전받은 H종합건설 대표의 동의를 얻어 H종합건설 직원 입회 아래 공소사실과 같이 다시 도어락을 교체하였고, 당시 이 빌라 302호는 위와 같이 도어락만 교체되었을 뿐 공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 무렵 이 빌라의 공실을 매도 또는 임대하기 위하여 각 호실의 비밀번호가 여러 명에게 공유되던 상황이어서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경우 종종 도어락을 교체하기도 하였다(이 점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재물손괴나 건조물침입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도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