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성호 법무부장관 취임사
[전문] 김성호 법무부장관 취임사
  • 기사출고 2006.09.0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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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전국의 법무 · 검찰 가족 여러분!

검찰을 떠난 지 2년 7개월 만에 법무부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아 여러분과 다시 만나 함께 일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향 각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계신 법무 · 검찰 가족의 노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국민이 편안한 선진 법치국가' 건설의 기틀을 다져 놓으신 전임 천정배 장관님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법개혁의 완수, 법조비리 척결 등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이 자리에 서서 활기차고 의욕에 넘친 여러분의 모습을 보니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이 솟아납니다.

법무 · 검찰 가족 여러분 !



참여정부 출범 이래 우리는 높아진 국민의식과 변화된 사회환경에 맞춰 조직 혁신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법관과 검사마저 부패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실망하고,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 상황을 냉철히 인식하고, 주어진 개혁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면,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개혁은 우리 사회를 깨끗하고 정의롭게 만들어 법과 원칙이 살아 있는 행복국가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국민"(People)을 위하여 확고한 "원칙"(Principle)에 따라 "열정적"(Passion)으로 일할 때에만 국민은 우리를 신뢰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국민, 원칙, 열정, 이 세 가지를 화두로 삼아 법무행정을 펼쳐 나가려고 합니다.

먼저, 국민의 안전과 행복에 법무행정의 최우선적 가치를 두겠습니다.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므로, 공직자의 권한은 국민의 뜻과 요구에 맞게 오로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이제 법무 ·검찰도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주권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하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려는 노력을 잠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첫째, 국민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가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고, 공직자는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는 청지기라는 한없이 겸손한 자세로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에게 권한이 주어진 이유는 우리 스스로를 빛내려 함에 있는 것이 아니고, 주인인 국민의 생활을 맛깔스럽게 하는 소금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비상하는 새처럼, 권력기관의 오만함과 폐쇄성을 극복하고, 웃는 자와 함께 웃고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진정한 국민의 호민관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민원인이든 이해관계자든 업무상 접촉하는 모든 이들이 바로 내 부모요, 배우자요, 자식이요, 어쩌면 나 자신일 수도 있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그들의 고충을 처리함에 있어 정성을 다하고, 때로는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안전하고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국가의 안위에 대한 걱정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사회,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최근 경제가 어려운 것은 환율과 유가 등 외부적 요인도 있겠으나,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의 룰이 지켜지지 않고, 경제활동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미흡한데에도 그 원인이 있습니다.

반칙과 탈법을 통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엄히 다스리는 한편, 민간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고, 서민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완비하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나아가 글로벌 경쟁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사람이 사람답게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동안 법무 ·검찰의 법집행이 성과에 집착해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소홀한 적은 없었는지, 다수자의 논리에 편향된 사례는 없었는지 되돌아봅시다.

목적의 당위성만 강조하여 법에서 정한 국민의 인권을 등한시하는 잘못된 관행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힘이나 돈이 없다고 해서,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법이 정한 권리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습니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인권이 골고루 존중되고, 소년범, 재소자, 체류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따뜻하고 인간적인 법무행정을 펼쳐 나가야 합니다.

다음으로, 법과 원칙의 수호가 우리의 기본 임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법무 · 검찰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법치국가의 실현, 즉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는 사회의 건설입니다.



법을 어긴 사람이 법을 지킨 사람보다 이익을 보거나 혜택을 누린다면 법치국가의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법과 원칙이 살아 숨 쉬게 하여야지, 불법과 반칙이 용인되어서는 안됩니다.

법의 지배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도 많은 노력이 요구됩니다.

첫째, 법과 원칙에 입각하여 맡겨진 일을 공명정대하게 집행해야 합니다.

국민이 검찰에 불신을 갖는 원인은 검찰이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거나 원칙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의 역량을 결집하여 한 점 의혹없이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밝혀내고, 잘못이 있는 사람은 신분과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엄정히 책임을 추궁하여야 합니다.

고질적 구조적 비리는 일회성 수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실태와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여 아예 비리의 근원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수립과 제도개선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해와 달이 만물을 비춤에 사사로움이 없듯이, 정의의 빛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비추어져야 합니다.

사적 연고나 정치적 고려에 의하여 법집행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왜곡된 여론에 영합하는 결정도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성역은 없습니다.

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겠습니다. 검찰도 모든 압력과 유혹을 뿌리치고 독자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스스로의 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울러, 합법적인 의사의 표현은 철저히 보장하되, 법질서를 위반한 집단행동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제재가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범죄로 얻은 수익은 이를 끝까지 추적하여 환수해야 합니다. 법을 어겨 처벌을 받고도 범죄로 얻은 이익으로 행세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법의 지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원칙과 기준이 미비한 분야가 있다면 이를 마련하여 국민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일제의 잔재나 군사독재 시대의 유습이 아직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고 있지 않은지, 법령, 제도, 관행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행정의 원칙과 기준이 모호하여 국민의 생활에 불편을 주고 있다면, 하루 속히 이를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형사 절차에 있어서도 사건처리, 구속 및 양형의 구체적인 틀을 수립하여 공개하여야 합니다.

비리의 소지가 애초부터 잉태되지 않도록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촘촘하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셋째,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Noblesse Oblige) 자세가 정착되도록 우리부터 노력합시다.

법무 ·검찰은 법집행의 주무기관이고, 사정의 중추기관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고결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근 법조비리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직무윤리를 더 이상 개인적 양식에만 맡겨둘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관예우를 근절하고 외부인사와의 접촉범위를 규정하는 방안과 아울러, 감찰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법무 · 검찰 공무원의 기강확립에 노력할 것입니다.

다만, 그 이전에 금욕적일만큼 청렴하게 생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밝은 태양 앞에 서서 한점 부끄럽지 않은 정의롭고 깨끗한 공직자가 됩시다.

마지막으로, 열정을 다하는 일꾼으로 거듭납시다.



열정은 성공의 문을 여는 가장 확실한 열쇠입니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과제가 부여되기를 기다리는 안이한 자세로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이니셔티브를 쥐고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앞장 서 나갑시다.

저는 열심히 일하고 실적이 있는 사람을 확실히 우대하는 성과주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업무의 '선택'과 노력의 '집중'을 유도할 것입니다.

성과가 있는 사람은 올바로 평가하여 인사에 반영하고,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개선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복지향상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여 우리의 열정이 국민을 위한 즐거운 헌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조직의 힘은 조직원의 인화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우리 법무 · 검찰은 예로부터 구성원간의 끈끈한 정을 자랑으로 삼아 왔습니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거대한 기계장치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우리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행동합시다.

저를 포함한 법무 ·검찰 가족 모두가 마음을 탁 터놓고 어려움을 함께 의논하고, 특유의 조직력으로 더욱 화합하여 굳건하게 업무에 정진합시다.

우리의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열정적 일꾼으로 다시 태어나 국민을 위해 신명나게 근무합시다.

친애하는 법무 · 검찰 가족 여러분!

법무 · 검찰은 그 어느 조직보다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이 원칙과 기준에 따라 국민을 위하여 소신껏 업무를 처리한다면 저는 장관으로서 그 결과에 대하여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정당한 결정을 존중하고,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병풍"과 같은 역할을 해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맡은 업무에 대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합시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사람들이 가마를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가마를 메는 고통은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가마를 타고 가는 상전이 아니라 국민을 모시는 가마꾼이 되어 오직 국민의 권익만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법무 ·검찰이 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 8. 30.

법무부장관 김 성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