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투자 유의사항 7가지
동남아 투자 유의사항 7가지
  • 기사출고 2009.06.1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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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용 변호사]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을 자문해 오면서 보람 있고 뿌듯한 때도 많이 있었지만, 투자에 실패한 기업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늘 마음이 불편해 진다. 특히 그 실패 사유가 '사전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막을 수도 있었던 것' 이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양은용 변호사
동남아 투자 시 꼭 유의하여야 할 7가지 내용을 사례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 특히 동남아 투자가 이제는 어느 정도 경험도 많이 쌓이고, 노하우도 많이 축적되었으니, 앞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에서 승승장구하며, 동남아 경제와 문화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세금 폭탄을 조심하라=돈 열심히 벌어서 세금으로 다 날렸다는 말이 있다. 물론 과장된 표현이나 세금이 기업의 투자활동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다. 그렇다고 불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합법적인 범위에서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을 찾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3가지 법 · 조약 따져봐야

특히 해외투자의 경우에는 국내의 세법과 투자하는 곳의 세법, 그리고 두 나라 사이의 조세조약, 이렇게 3가지가 문제 되기 때문에 국내에 투자하는 경우에 비하여 훨씬 조세문제가 복잡해진다.

즉, 돈이 한국에서 나가 해외로 갔다가 사후에 투자이익 등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조세문제가 나라별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사전에 잘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서는 '사전에' 하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단 투자구조를 확정하여 돈이 나가고 나면 사후에 이를 변경하여 최적의 조세구조를 만드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 동남아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현지의 조세 공무원들이 조세조약의 내용을 알고 있으며, 이를 실무에서 적용해 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기업 A가 베트남 회사의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겠다며 상담을 해 온 적이 있다. 이 경우 부동산 과다 법인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한베조세조약에 따라 매도인의 국적지인 한국에서 매도인의 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하게 된다. 그러나 베트남 세법에 의하면, 모든 베트남 주식의 매매에 따른 양도차익의 과세권은 베트남이 갖는다.

A는 베트남 세무서에 조세조약의 내용을 들고 가서 베트남에 과세권이 없음을 설득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담당 베트남 공무원은 완강하게 '난 조세조약은 모른다. 조세조약의 적용을 원하면 국세청의 정식 공문을 받아 와라'라고 막무가내였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이와 같은 국세청의 정식 공문을 받는 것은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아주 번거로운 일이다.

세금 두 번 낼 수도

그럼 이렇게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느니 차라리 베트남에서 세금을 내 버리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조세조약에서 한국에 과세권이 있는 세금을 베트남에 냈다면 한국 조세당국에서는 안내도 되는 세금을 냈으니, 베트남에서 낸 세금 부분에 대해서 외국납부세액 공제를 해 주지 않겠다고 하게 된다. 결국 최악의 경우에는 양도차익에 대하여 세금을 두 번 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률의 규정을 그대로 믿지 마라=해외투자를 할 때 해당 국가의 법률의 규정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상당수의 한국 투자자의 경우 이것마저도 소홀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방침, 실무 확인해야

그런데 해당 국가의 법률의 규정을 확인 하였다고 하여, 그 규정만을 믿고 바로 결론을 내리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한 일이다. 동남아에서는 법률에 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경우도 많고, 반면 법률에는 불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실무에서는 가능한 경우를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남아에 투자할 때에는 해당 법규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의 내부 방침과 실무를 꼭 확인하여야 한다.



캄보디아에서는 외국인의 토지소유가 인정되지 않으며, 과반수를 넘는 주식을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회사 역시 토지소유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에서 부동산개발 사업을 하려고 했던 B회사는 주식의 51%를 캄보디아 현지회사 명의로 하였으나, 사업 이익의 배당은 현지회사에게 주지 않기 위하여 캄보디아 현지회사에게는 이익배당청구권이 없는 주식을 발행하려고 했다.

캄보디아 기업법에 의하면 회사가 수종의 주식, 즉 배당청구권이나 잔여재산분배청구권이 없는 주식의 발행이 가능하고, 많은 회사에서 그렇게 발행을 해 왔다. 그런데 이익배당청구권이 없는 주식을 발행하도록 하는 B회사의 정관은 캄보디아 상무부에 의하여 특별한 이유 설명 없이 접수가 거절당하고 말았다. B사는 현지회사에게도 일부 배당을 해 주는 것으로 정관을 수정하여 다시 접수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가 있다.



◇국내 문제를 놓치지 마라=해외투자를 하면서 해외에서의 투자관련 문제만 잘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해외투자의 시발점은 국내이며, 그렇게 투자된 투자자금은 많은 경우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국내 문제들도 아주 중요하다.

국내 문제 반드시 챙겨야

즉, 국내에서의 해외투자 관련 인허가 문제, 외국환 문제, 조세 문제 등을 사전에 반드시 챙겨야 한다. 특히 동남아 투자를 하면서 현지의 법무법인만을 사용하여 일을 진행하는 기업의 경우 국내 문제들이 잘 챙겨지지 않아 나중에 고생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앞에서 잠시 언급 했지만, 조세 문제도 현지에서의 조세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돈이 한국에 돌아 왔을 때 어떻게 과세되는지 까지 사전에 꼭 확인을 하여야 한다.

동남아의 부동산 붐이 한창이던 1년 전까지만 해도 '좋은 땅, 좋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당장 계약금을 보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뺏길 수도 있고,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급한 마음에 국내에서의 해외 직접투자 절차 등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다양한 편법으로 돈을 내보내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러한 회사 중에는 투자한 돈이 사후에 현지에서 자본금 등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고생한 경우도 있었고, 회사의 임직원 분들이 작년 말에 있었던 대대적인 환치기사범 단속에 걸려 마음고생을 하는 것도 보았다.

◇지역별 관행을 확인하라=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별로 다른 게 많듯이 실제로 적용되는 법규가 다를 수 있다. 나아가 지역별로 적용되는 관행이 다를 수 있다. 즉, 적용되는 법규가 다르지 않더라도 지역별로 그 법규를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자카르타에서 사업을 한 경험이 있으니, 발리에서 동일한 사업을 할 때에도 그대로 적용되겠지 생각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회사의 주식을 외국인이 취득하는 경우, 몇 %까지 가능한지 그리고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지가 명확하지 않다. 관련 규정들이 흩어져 있고 해석도 제각각이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Public Company가 아닌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외국인이 외국인투자허가 절차를 거친다면 100%까지 취득이 가능하다는 것이 법률의 올바른 해석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를 적용하는 지역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 된다.

호치민 어렵고, 하노이 수월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가 한 참 몰리던 시절 호치민시에서는 이런 절차에 따라 베트남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허가를 받는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반면 하노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절차가 허용되곤 했다. 심지어 지방의 중소도시에서는 외국인투자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주식 취득을 한 한국 투자자를 본 적도 있다.

◇브로커의 장담을 믿지 마라=해외투자, 특히 동남아 투자를 하는 경우에 많은 것이 한국과 다르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연결해 주고 그 절차를 도와주는 에이전트 내지 브로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브로커들은 잘 활용하면 사업의 성공을 도와주는 유용한 동반자가 될 수 있으나, 자칫 질이 나쁜 브로커나 별로 영향력이 없는 에이전트를 만나는 경우에는 계획하는 사업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이 탐을 내는 주요 개발예정지역에선 경우에 따라 많게는 수십 명의 브로커들이 투자허가를 받아 줄 수 있다고 장담을 하면서 달려든다. 브로커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이상의 브로커로부터 정보를 듣고, 브로커의 경력 및 과거 경험 그리고 자질에 대해서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브로커 경력 · 자질 따져봐야

나아가 브로커들이 제공해 주는 정보를 여러 가지 가능한 정보 중의 하나로 생각해야지, 그 정보를 맹신하거나 그 정보만을 믿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매우 곤란한 결과를 당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부동산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던 한국의 C기업은 해당 프로젝트를 소개해 준 브로커가 현지 변호사까지 대동하고 나타나 프로젝트 부지의 토지 이전 및 모든 절차를 변호사와 함께 대행해 줄 것이니 걱정 말고 투자하라는 말을 믿고 돈을 보냈다. 그러나 브로커와 현지 변호사가 토지소유권 취득에 꼭 필요한 서류들을 챙기지 않은 사실이 나중에 밝혀져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분쟁에 휘말린 사례가 있다.

◇환율을 얕보지 마라=요즘처럼 많은 사람이 환율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작년부터 시작한 대규모의 원화 평가절하 때문에 해외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투자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환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주 없애기 어려운 환율 위험

환율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다른 주의사항들과는 다르다. 파생상품 등을 사용하여 헷지(hedge)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그 위험을 아주 없애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환 헷지를 하는 경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여 소규모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이를 고려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투자 시에 환율의 변동추이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사업에서 수입금으로 들어오는 통화와 지출되는 통화를 가급적 일치시키는 등으로 환율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환율의 변동은 기업들에게 생각지 않은 좋은 기회를 주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에 투자하는 국내 D투자펀드의 경우 상대방이 중도에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부동산투자 사업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투자 자금을 초기에 미국 달러(USD)로 환전한 뒤 말레이시아로 들여왔기 때문에, 포기한 시점의 USD의 엄청난 강세에 힘입어 상당히 많은 이익을 남겼다.

반면 동남아에서 주택사업을 하는 많은 한국 회사들은 환율이 낮을 때에 한국의 투자자들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투자할 것을 예상하여 분양을 개시하였으나, 실제 분양을 할 시점에 원화 환율이 많이 올라, 한국인 투자자들 대부분이 분양받기를 주저하게 됐고, 이에 따라 분양이 상당한 차질을 빚어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지인들과 친해져라=해외사업을 하려면 현지의 문화와 관행, 습관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지의 관행과 습관을 가장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습득하는 일은 현지인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일 것이다. 물론 말도 잘 통하지도 않고, 습관, 놀이문화도 다른 현지인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현지의 독특한 음식문화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그 상당수가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지인 통해 고급정보 얻어

현지인들과 친하게 지내면 유익한 또 다른 장점은 현지인들을 통해서 새로운 사업정보와 현지 정부의 돌아가는 상황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인들과 친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그러한 고급정보를 얻게 될 확률은 더 커지게 된다.

물론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현지인들의 못된 습관을 배우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동남아에서 사업을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얼굴도 적당히 검게 그을리고, 현지인들에게 그 나라 말로 길을 물어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양은용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베트남 현지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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