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강진군 변호사 없지만, 민 · 형사 판결 수십건개업변호사의 70% 이상 서울중앙지법 관할서 개업
인구 5만명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10곳 중 3곳은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돼 법률서비스 사각지역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2월 11일 한국과 일본의 '무변촌'실태와 양국 변호사단체의 활동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우리나라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5539명으로, 이의 10배 인구 규모인 5만5390명 이상의 시, 군, 특별시와 광역시 등 지자체 178곳 중 변호사가 한명도 없는 곳이 전체의 32.6%인 58곳으로 집계됐다. 변호사가 1명 밖에 없는 지역은 14곳으로, '변호사 제로(zero), 원(one)지역'이 전체의 40.50%인 72곳이다.
대구 북구(46만3056명), 서울 중랑구(42만7071명), 부산 북구(32만5302명), 광주 광산구(31만6101명)는 특히 인구가 30만명이 넘지만, 변호사가 단 한명도 없었다. 남양주시(49만2347명)와 광주 북구(46만6181명)도 인구가 40만명을 넘지만 이 지역 변호사는 단 1명이었다.
인구가 적어 법률분쟁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은 사실과 달랐다.
인구 5만명 이하이면서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지역인 전남 장흥군의 경우 올 5월과 6월 2개월 동안에만 지역 주민이 원, 피고 또는 피고인이 된 민,형사 판결이 70여건에 달했다. 강진군도 같은 기간 동안 이 지역 주민이 당사자가 된 30여건의 민,형사 판결이 선고됐다. 이는 민사소액사건수를 포함하지 않은 통계로, 이를 포함하면 건수는 더 늘어난다.
인구가 15만여명이면서 변호사가 단 한명도 없는 포천시, 서귀포시도 같은 기간 해당 지역 주민이 당사자인 소액사건을 제외한 민, 형사재판의 판결이 각각 380여건, 550여건 선고됐다. 인구가 적은 지역일지라도 법률서비스 수요는 충분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말과 올 6월 사이에 증가한 변호사 수는 2500여명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 전국 56개 지방법원과 지원 관할 구역 중 정읍지원, 영덕지원, 밀양지원, 속초지원 등 12개 구역(21.4%)에서는 변호사 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 서울중앙지법 관할구역의 개업변호사 수는 1865명이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늘어난 전체 변호사 2569명의 72.67%가 서울중앙지법 관할에서 개업한 것이다.
또 2004년과 2008년 사이 지방법원과 지원 구역에서 변호사 1~2명이 증가한 곳은 10개인 반면 감소한 지역은 12개 지역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관할 구역을 기준으로 보아도 대구 북구, 동해시, 과천시, 부산 금정구는 2004년만 해도 변호사가 1~2명씩 상주했으나, 2008년에는 단 한 명의 변호사도 없는 것으로 조사돼 변호사의 지역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변호사 제로(zero) 지역'은 2004년말 120곳에서 2008년 6월 105곳으로 줄어들어 전체적으로는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변호사 원(one) 지역'은 같인 기간 19곳에서 18곳으로 줄었다. 반면 변호사 2명 이상이 상주하는 시군구는 93곳에서 109곳으로 16곳이 증가했다.
이런 변호사 편중 또는 무변촌 실태에 대해 변협 등 변호사단체에선 교통이 발달해 있고, 전화와 인터넷상담이 가능하므로 지역적 편중문제가 법률서비스 접근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올 11월 25일 참여연대에 보낸 회신에서 "법원 소재지에는 대부분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와 달리 법률서비스의 경우 화급을 다투는 응급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적다"며, "무변촌 문제는 의료기관과는 다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공익법무관을 무변촌에 파견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또 "광주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각 시, 군의 법원을 찾아다니면서 변론을 하는 이외에 각 시, 군의 군청 등에서 무료순회법률상담을 하고 있다"며, "지역적 편협성 등으로 소속 변호사들이 사무소의 위치와 상관없이 다른 시, 군에서 변론을 해 오고 있다"고 회신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전화나 인터넷상담은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며,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거주지역 부근에서 법률서비스 제공자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서비스'로서의 법률서비스 제공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무변촌 문제가 의뢰인들에게 중대한 심리적, 물리적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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