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피고인이 수면제를 먹여 여성을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특수강간치상 미수일까, 기수일까.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 등 2명이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에게 졸피뎀을 넣은 숙취해소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상고심(2023도10405)에서 3월 20일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치상 기수 혐의를 적용해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수면제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하여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고, 강간 미수는 특수강간치상죄의 성립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사건의 쟁점은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으나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결과적 가중범인 특수강간치상죄의 기수 여부. 성폭력처벌법은 특수강간치상의 미수범도 처벌한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4조 제1항에서 정한 특수강간의 죄를 범한 경우뿐만 아니라 특수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미수에 그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특수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며 "이 경우 특수강간치상죄의 기수범이 성립할 뿐, 성폭력처벌법 제15조가 다시 적용되어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수강간치상죄를 정한 성폭력처벌법 제8조 제1항은 특수강간죄의 기수범뿐만 아니라 미수범도 범행주체로 포함하고 있어 특수강간미수죄를 범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특수강간치상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모두 충족하므로, 별도로 미수범 성립 여부는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지적하고, "결과적 가중범을 가중처벌하는 근거는 기본 범죄에 내재된 전형적 위험이 현실화되었다는 점에 있고, 기본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사람이 실행행위를 완료하지 않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형이 무거워지는 요인이 되는 결과가 생겼다면 이를 결과적 가중범의 기수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책임원칙에 부합하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5조에서 정한 제8조 제1항에 대한 미수범 처벌규정은 제8조 제1항에 특수강간치상죄와 함께 규정된 특수강간상해죄의 미수범, 즉 특수강간의 죄를 범하거나 미수에 그친 사람이 상해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 적용될 뿐,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특수강간치상죄에는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서경환, 권영준 대법관은 "성폭력처벌법 제15조 미수범 처벌규정은 성폭력처벌법 제8조를 그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므로, 제8조 제1항의 특수강간치상죄 미수범이 성립할 수 있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특수강간치상의 기수범이 아닌 미수범으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서, 권 대법관은 "특수강간치상죄 미수범 성립을 부정해 온 기존 판례도 변경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