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동의 없이 의사가 처방한 약과 동일 성분인 다른 약으로 변경해 조제하여 환자에게 제공한 약사가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은 데 이어 15일의 약사면허 자격정지 취소소송에서도 패소했다.
A 약사는 '2020년 5월 30일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 중 위염, 위 · 십이지장궤양 제산제인 알마겔현탁액(알마게이트)을 처방 의사의 동의 없이 알마겔에프현탁액(알마게이트)으로 변경해 조제하여 환자에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15일의 약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자 소송(2024구합66204)을 냈다. 약사법 제26조 제1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는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 치과의사 · 한의사 또는 수의사의 동의 없이 처방을 변경하거나 수정하여 조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처방 내용을 착오한 과실로 환자에게 알마겔에프현탁액을 제공하였고, 알마겔현탁액과 알마겔에프현탁액은 일반의약품으로 성분, 첨가제, 성상, 약효 등에 별 차이가 없다"며 "처분은 비례원칙과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나진이 부장판사)는 그러나 1월 24일 "약사면허 자격정지 15일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처분사유와 같은 내용의 범죄사실 등에 관해 약사법 제95조 제1항 제5호 등에 따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그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고의로 처방약을 조제약으로 변경하여 조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과실로 환자에게 조제약을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①처방약과 조제약은 그 주성분인 알마게이트 함유량에 차이가 있는 점[처방약은 1g/15mL, 조제약은 10g/100mL(=약 0.66g/15ml)], ②약사법 제23조 제3항 및 약사법 제26조 제1항은 모두 의사와 약사가 환자 치료를 위한 역할을 분담하여 처방 및 조제 내용을 서로 점검 · 협력함으로써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을 방지하려는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약사법 시행규칙 제50조 [별표 3]에서 약사법 제23조 제3항 위반 행위(약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 의약품을 조제한 임의조제 행위)와 약사법 제26조 제1항 위반 행위(의사 등의 동의 없이 처방을 변경하거나 수정하여 조제한 행위)에 관해 조제한 의약품이 전문의약품인지, 일반의약품인지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처분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 합리성이 현저히 결여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처분이 비례원칙이나 평등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설령 원고가 과실로 처분사유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제품명, 성분, 첨가제, 성상, 약효 등이 유사한 다수의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에서 약사는 의사의 처방 내용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므로, 이를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