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월 23일 특수강 제조업체인 세아베스틸의 전 · 현직 근로자 12명이 연간 800%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 연장근로수당 등 기지급 법정수당액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04876)에서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2023다302838)의 취지를 반영한 판결이다.
세아베스틸의 단체협약과 급여규정은 상여금은 연간 800%를 지급하되, 짝수월 25일에 각 100%씩, 4월 200%, 7월 100%를 지급한다고 하면서도,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 한하여 지급하고 그 전에 퇴사한 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이에 대해 원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임금의 사전 포기 등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재직조건이 무효인 이상 정기상여금은 고정적인 임금이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세아베스틸의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유효성을 인정하되, 해당 정기상여금은 재직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먼저 "사용자와 근로자는 임금 구조와 체계, 개별 임금 항목의 유형과 내용, 임금 총액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다"며 "그 조건은 강행규정에 위반되거나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별도의 무효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효력을 가지고(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노사가 어떤 임금의 내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그 임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그 임금이 지급되기 위한 기준 내지 임금의 지급대상을 정하는 것이지 이미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하게 하거나 박탈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지급일은 짝수월 내지 7월의 각 25일이고 산정기간은 지급일 기준 전월 1일부터 지급일이 속한 달의 말일까지이므로, 원고들로서는 퇴직 시기에 따라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경우 이미 제공한 근로기간에 상응한 부분을 지급받지 못하지만 지급일 직후 퇴직하는 경우 이미 제공한 근로기간에 상응한 부분보다 더 많은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었다"며 "그렇다면 근로자에게 유리한 퇴직 시기를 선택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을 초과하는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을 여지를 허용하고 노사 간에 미지급 내지 초과 지급된 부분을 상호 정산하지 않기로 한 재직조건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다고 볼 수 없고, 또한 피고 사업장에서는 적어도 2010년경부터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계속하여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었는바 정기상여금에 재직조건을 부가할 경영상 필요성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원고 두 명에게 지급된 장애인수당은 소정근로의 가치 평가와 무관하게 장애인수첩 소지자에 한하여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소정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반면 나머지 약정 통상임금 수당의 경우 '월 15일 이상 근무 조건'은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하는 피고 사업장에서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조건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기록상 이들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일급제 근로자의 주휴수당 차액 청구와 관련,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른 주휴수당 역시 근로기준법상의 수당으로서 근로자가 주휴일에 실제로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근무를 한 것으로 간주하여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그 성질상 통상임금을 기초로 하여 산정할 수당으로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4144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시급제 또는 일급제 근로자가 기본 시급 또는 기본 일급 외에 매월 지급받는 고정수당 중에는 근로계약 · 단체협약 등에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구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법정수당인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시급제 또는 일급제 근로자로서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속하는 매월 지급되는 고정수당을 포함하여 새로이 산정한 시간급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주휴수당액과 이미 지급받은 주휴수당액의 차액을 청구할 수 있고, 이를 주휴수당의 중복 청구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원심이, 일급제 근로자인 원고들이 지급받은 정기상여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을 전제로 한 주휴수당 차액 청구와 이러한 주휴수당 차액분을 반영한 원고 중 한 명의 퇴직금 차액 청구 부분을 기각하였는데, "피고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는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지급된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으므로 일급제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주휴수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김기덕 변호사가 상고심에서 원고들을 대리했다. 세아베스틸은 법무법인 지평과 김앤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