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에서 수습변호사로 근무하던 중 우울증이 발병 · 악화되어 극단적 선택을 한 변호사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A씨는 2021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같은 해 5월부터 한 법무법인에서 수습변호사로 근무를 시작했으나, 3개월 뒤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A씨의 아버지가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A씨의 우울증이 악화되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2022구합85041)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최근 "A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가 가족, 연인 등과 안정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하여 왔으며 경제적 형편 등 다른 자해의 요인도 보이지 않는 사정에 A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내역과 유서 기재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A는 이 사건 법인에서 수습변호사로 근무하는 과정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한 결과에 잘못이 있다거나 맡은 사건의 난이도가 높아 그 업무 수행이 버겁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이 변호사로서의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정신적 부담 끝에 정규직 변호사로의 채용이 종국적으로 좌절되자 극도의 상실감 및 좌절감을 받았고, 그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자해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A에게 우울장애가 발병 내지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고, 그로 인하여 A가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되므로, A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A의 업무상 부담은 통상적인 것이며, 정규직 전환 불가는 수습근로계약과 관련하여 통상 수반되는 상황이고, 정규직 전환 불가 통보 과정에서 이 사건 법인의 불법적 조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A가 자해에 이른 것은 업무상 요인보다 개인적 소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변호사로서의 통상적 업무로 인한 부담감과 채용 좌절로 인한 상실감 또한 이 사건 법인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인 이상, A가 통상적인 변호사 업무에 비하여 과다하다거나 지속적인 압박과 질책을 받는 등의 특별히 가혹한 환경에서 근무하였던 것이 아니었고, 정규직 전환불가라는 상황 또한 수습 근로계약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며, 그와 같은 업무적 요인에 의한 스트레스 요인 외에 그 스트레스 상황을 받아들이는 A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자해행위가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의 취지 참조)"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가 로스쿨 재학 시절 학업으로 인하여 우울장애를 겪었으며 그로 인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나, 로스쿨 졸업 이후 그와 같은 우울장애 증세는 호전되어 정신적 안정감을 찾고 생활을 하여 왔다"며 "그런데 A가 이 사건 법인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약 1달이 경과한 시점에서 우울장애 증세를 호소하며, 2019. 2.경 진료 이후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약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하였으므로 그와 같은 우울장애는 이 사건 법인에서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발병한 것이거나 최소한 업무로 인하여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변호사가 원고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