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루마씨가 자신의 곡을 무단으로 변형한 악보집을 발행한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저작인격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항소심에서도 이씨의 손을 들어주며, "출판사 대표는 이씨에게 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루마씨는 2021년 5월, 악보 출판사 대표 A씨가 자신의 28개 곡을 무단으로 편집하여 악보집에 게재한 행위에 대해 저작인격권 중 하나인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이유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루마 측은 A씨가 2012년부터 무단으로 편곡한 악보집 7,800부를 발행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는 이씨의 동의 없이 저작물의 원본을 변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 8-1부(재판장 정인재 부장판사)는 9월 6일 피고 측의 항소를 기각, A씨가 이씨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며, 이씨의 저작물에 대한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되었음을 확인했다(2022나53114).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인 "독자의 수준에 맞춰 단순히 쉽게 편곡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작물의 변경이 이씨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이씨가 공연 때마다 곡을 다르게 연주해 저작물의 고정된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변형이 이루마의 창작 활동의 일부로서 저작물의 고정된 형태를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가 지난 몇 년간 인지세를 받았다고 해도 이는 저작물 변형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비트의 오승종 변호사는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가 발달하면서 커버뮤직 등 타인의 음악저작물을 허락없이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판결은 이러한 행위가 저작자 인격권인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할 위험이 높다는 점을 경고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함께 변호를 맡은 전용환 변호사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그 동안 국내에서 악보 변형으로 저작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승소가 다른 창작자들의 권리보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